그러니까 클럽 페이스를 처음으로 알게된게 2019년 이었던 것 같은데, 알게되었던 날 처음 가봤고, 그게 마지막이었고, 앞으로 갈 일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아직 운영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네)
개인적으로 홍대 출신이다보니, 학교와 가까운 홍대 쪽에서 자주 놀아서 였던 이유도 있고, 홍대에서 강남 쪽으로 넘어간다는 나이 즈음에는 강남보다는 오히려 이태원에 빠져버렸던 이유 때문인지, 강남 쪽은 클럽에 가본 일도 다른 장소들에 비하면 드물었고, 그러다보니 그만큼 그 특정한 장소에 대한 추억이라던가, 어떤 애틋함 이라던가, 두근거림 등등이 상대적으로 덜해서 정작 30대가 넘어가는 시점 부터는 그냥 관심을 끊어버렸던 그런 장소 였던 것 같다. (예를 들어서 에덴 클럽이 버닝썬으로 바뀐건 승리 사건 이전에는 알지도 못할 정도였으니 뭐)
암튼 2019년에 신도림 테크노마트 14층에 있는 50m 쯤 되는 인도어에서 같은 동네에 사는 과장이랑 같이 골프를 연습했던 기간이 있었는데, 그 날 나는 골프연습을 하고 과장이랑 스크린을 한 판 하고 맥주를 한 잔 마시자는 계획이 있었고, 마샤는 베프랑 같이 클럽에 놀러간다고 해서, 다 끝나고 집에 가면 보자 라는 인사를 하고 나왔었다.
스크린 한 판을 치고, 맥주를 마시면서 이래저래 회사 얘기를 하다보니 시간은 늦었고, 과장은 슬슬 들어가야해서 우리는 계산을 하고 집으로 향했는데, 마샤가 자기 취했다면서 데리러 와줄 수 있냐고 물어본다. 알겠다고 했더니 보내준 장소가 클럽페이스 였다.
집에 도착해서 대충 옷을 갈아입고, 꽤나 날씨가 추웠던 탓에 두꺼운 자켓을 꺼내입고 택시를 잡아서 향했는데, 나도 자세한 위치를 몰랐고, 택시기사도 자세한 위치를 모르는 것 같아서 대충 근처에 있는 아파트 단지에 내려서 네이버 지도를 찾아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서 클럽으로 향했는데, 막상 아파트 단지는 유령도시 같았는데 점점 유동인구가 많아지는 거리로 향한다는 느낌이 들다보니 거의 도착을 했었다.
마샤가 테이블을 잡았으니 도착하면 전화하라는 번호를 받았는데, 전화를 해보니 한 10분 정도 후에 데리러 올라가겠다고 해서 건물 뒤쪽에 있는 편의점으로 가서 맥주 때문에 어지러운 머리를 진정시키러 컨디션을 사먹고 나왔었다.
컨디션 먹고 병을 버리고 나오니까 왠 남자 2놈이 여자 하나 중간에 놓고 시비가 붙었는데, 한놈이 다른 놈을 눕혀서 마운팅 자세도 아닌 스탠딩 자세로 주먹을 내리 꽂았고, 맞은 놈은 그대로 추운 길바닥에 쓰러져서 기침을 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걸 그냥 경기 보듯이 보고있다가 데리러 올라온다던 기도가 전화하길래 클럽 입구로 향했다.
참 사람이 사람이 그렇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기도가 길을 뚫고 나를 데리고 들어갔는데, 사람이 그렇게 대기하는데 나는 마치 VIP인냥 다 패스하고 지나가는건 꽤나 기분이 새콤달콤했었다.
암튼 그렇게 지하 1층 EDM 존을 지나서 지하 2층 HIP HOP 존으로 가니 마샤가 있었고, 베프도 있었고, 베프 남편(조 형)도 있었고, 베프 남편의 남동생과 그 남동생의 여친이 있었다.
지하 2층 맨 구석 자리에 꽤나 큰 테이블을 잡았었는데, 자리에는 잭 다니엘, 봄베이 사파이어 진 등등 그냥 흔하게 볼법한 술들이 깔려있었고, 우리는 건배를 하면서 어색함을 달랬다. (그 날 처음 봤으니까)
사실 클럽을 다니면서 테이블을 잡는다는게 상당히 가성비가 떨어진다는걸 알고 있어서 클럽에서 테이블 잡는다는건 발악하는거라는 인상이 들었었고, 막상 테이블을 잡아도 1/n으로 조각으로 계산해서 결국 모이지는 않고 자리세 지불한 후에 각자 각개전투 하는 개념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어서 그게 좀 게임 현질하는 듯한 측은함이라는 인상도 있었는데, 이 큰 테이블을 잡은 조 형이라는 사람은 그닥 발악할 필요도 없는데다, 측은함이라는 느낌도 없이 그냥 막연히 '원래 클럽은 테이블 잡아서 와야지'라는 느낌이 들어서 의아했었던 기억이 있다.
암튼 그 날 마샤가 얼음을 던지다가 옆 테이블 여자를 맞춰서 싸움이 날 뻔 했다가 결국 진정됐었던 일도 있었고, 마샤랑 춤을 추러 스테이지에 갔다가 마샤한테 들이대는 어린 놈이 있기에 그 놈을 옆에 다른 한국 여자애랑 연결 시켜주기도 했었고, 조 형이랑 마샤 베프랑 갑자기 분위기가 냉랭해져서 각자 집에 가기로 했다가 지하 1층 EDM 존에서 휴지를 사방으로 뿌리면서 춤추던 눈 풀린 여자를 보기도 했었고, 결국 냉랭해졌던 분위기가 조 형이 마샤 베프를 패기 시작하면서 나는 휘말리기 싫어서 마샤 데리고 급히 택시 잡아서 집으로 들어왔던 일 등등 많은 일이 있었지.
결론은 그 날 클럽페이스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방문했었고, 나는 마샤 베프가 왜 남편한테 맞아서 입원했던 일까지 있었는지 대략 이해를 했던 날이기도 했었고, 그 조 형이라는 사람이 꽤나 돈이 있을거라는 짐작을 했었던 날이기도 했고, 러시아 여자가 한국에서 한 사람이 아닌 트로피 와이프가 된다면 대충 어떤 취급을 받게되는지 그 결론을 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던 날이기도 했었다.
뭐 나중에 그 조 형이라는 사람을 몇번 더 만났었는데, 일단 뭐 타고다니는 차부터 화려하다보니 집에 돈이 좀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건설업 쪽에 자재 납품하는 업을 아버지가 하던걸 물려 받았는데, 인맥 시장이어서 운 좋게 돈을 좀 벌면서 살고 있다' 라고 했던게 사실 구라였고, 떨 장사를 하던 사람이란걸 알게되면서 대충 지금 그 조 형이 맞이한 현재까지의 결론이 대충 짐작이 가기도 했었다.
현재 그 조 형이라는 사람은 수감 중이고, 뭐 대충 5년 - 9년 정도의 형을 받았다고 하는데, 정확하게 얼마나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마샤 베프는 남편 범죄 때문에 혼인비자가 취소될 수도 있다고 하고, 뭐 그렇게 된다면 얼마간의 비자 유예기간 동안 새로운 남편을 찾던지, 아니면 러시아로 돌아다니든 그런 선택을 하겠지.
근데 가장 인상 깊은건, 최근에 안 사실인데, 그 조 형이라는 사람이 실제로 돈을 벌고 있었다기 보다는 오히려 돈을 까먹고 있었고, 그 까먹은 돈을 대출로 충당하고 있었던 형편이었어서 빚이 꽤 큰 상황인데, 이걸 본인이 변제 못하는 상황이 되다보니 그 변제에 대한 독촉이 최근 마샤 베프한테 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클럽페이스 가서 그렇게 여유롭게 큰 테이블 잡고 놀던 사람이 사실 지 돈이 아니라, 대출 받은 돈으로 그 지랄 하고 있었다는거지.
미친거지.
욜로욜로 지랄을 해도 그냥 어딘가에 있을법한 얘기 정도겠지, 내 나이 또래면 별로 그러지 않겠지, 내 주변에도 그런 케이스는 본 적이 없었고, 뭐 그랬는데, 졸라 가까운 곳에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을 줄이야. (게다가 조 형은 나보다 나이도 1살인가 2살이 많다)
화려한 조명이 꺼지면, 그 조명에 눈 부셨던 만큼 강렬한 흑막이 있는걸까.
한가지 확실한건
역시 클럽에서 테이블 잡는건 측은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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