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주택자다.
내 이름으로 주택이 3개 있다는 건 많은 걸 얘기해주는데, 실직적으로 나에게 가장 큰 건 Cash가 부족하다는거다.
달리 말하면, 내가 뭐 돈이 흘러 넘쳐서 집을 3개를 샀다는게 아니고, 투자의 목적으로 주택 3개 라는 부동산 코인에 투자 후 존버를 하고 있다는거지.
그래서 Cash가 부족한건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다주택자를 세금을 때려 죽이려고 발악을 하고 있으니, 기회가 되면 하나쯤은 팔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러다보니 현재 살고있는 집을 팔아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마침 결혼도 준비하고 있고, 이미 같이 산지가 3년이 다 되어가다보니 신혼도 다 보냈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혼을 하게되면 바로 자녀를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있어서, 나에 대한 생각이라기 보다는, 마샤와 태어날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좀 더 큰 집으로 옮겨야 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물론 이사를 하게되면 다시 3주택자 되는 것은 부담스러우니, 전세 아니면 반전세 정도로 들어가려고 생각했는데, 막상 좀 더 부담 없게 빌라를 들어가자니 요즘 빌라 전세금을 가지고 사기를 치는 사례들이 무수하게 나오고 있는터라 리스크가 상당히 크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오피스텔을 들어가자니, 오피스텔은 큰 사이즈로 나오는게 거의 없기도 하고 말이지.
그래서 생각하게 된게 아파트 전세, 반전세 였는데, 마침 부모님 댁 근처에 반전세가 생각보다 괜찮은 가격에 나온다는 정보를 아버지한테 듣고서 조금 귀가 팔랑거렸던 것 같다.
부모님 집 동네로 이사가게 되면 출근 시간이 되려 길어져버리니 그게 부담일거라는 생각도 있었는데, 사실 결혼해서 좀 더 나은 동네에서 살게 된다면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기도 했다.
게다가 마샤는 한국에 가족도, 친인척도 없으니, 그나마 의지할 수 있는게 나 아니면 내 부모님이겠고, 아이가 태어난다면 할아버지 할머니 근처에서 애정을 쑥쑥 받아먹을 수 있을테니, 더 좋을거라는 생각도 들었고.
근데 이제 고민되는건 월 60만원 정도가 하한선인 월세인건데, 사실 지금 남는 돈이 그것 이상이기도 하고, 매월 자동이체되는 것 중에 곧 만기가 되는 것도 있어서 그 정도는 부담이긴 해도 큰 부담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막 이거 없으면 죽어 이 정도는 아니고, 아 이거 없으면 좀 힘든 상황이 가끔 찾아올 수는 있겠네 정도랄까.
암튼 결론적으로 감당을 하기로 하고, 타이밍이 생명인거라 부모님 댁 근처 아파트 매물도 좀 보면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부동산에 연락해서 매물에 올려달라는 부탁까지 해뒀는데, 마침 시세보다 조금 높게 올린 금액에 바로 매매하겠다는 부동산 법인이 있어서 럭키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 마샤한테 얘기를 했는데, 돌아오는 반응이 '오 좋다'가 아니라 '왜 돈 버릴 생각을 하고 있냐' 였다.
당황스러웠다.
마샤가 집중한 부분은 매월 60만원 씩 1년을 내면 720만원, 2년을 내면 1,440만원인데, 굳이 지금 사는데 좁지도 않고, 지장도 없는 집에 살면서 굳이 돈을 버릴 이유가 없지 않느냐 였는데, 사실 맞는 말이긴 했다.
사실 그게 진짜 맞는 말이긴 하다.
애초에 마샤하고 태어날 아이 생각해서 좀 더 큰 집을 원한거였는데,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면, 그건 필요가 없는거니까.
다시 아버지와 얘기를 하고, 부동산에 전화해서 매물로 올렸던걸 물려달라고 하고, 가계약금도 보내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 과정 속에서 깨달은건 그게 맞는걸 알면서도, 그게 무리수라는걸 알면서도 아버지도 나도 감행하려고 했던건, 우리 고정관념이라는 것이 크게 작용한게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아버지는 모든걸 다 갖춰놓고 시작하지 못했고, 그건 그 시대에 대부분의 가정이 그랬을 것이다.
나는 모든걸 다 갖춰놓고 시작하고 싶었고, 그건 이 시대가 나에게 주입시켜왔던 결혼의 '필요조건' 이었을 것이다.
생각보다 남자라서 암묵적으로 강요받는 것들이 있다.
남자라서 당연히 있어야 할 부분이 있고, 남자라서 당연히 결혼하면서 챙겨야 할 부분이 있다.
아니,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남자라서 있거나, 챙겨야 할 것이라고 주입된 고정관념이랄까?
얼마나 큰 고정관념이었기에 논리라는게 그 고정관념에 가로막혀 버렸던걸까?
마샤는 차라리 그 돈 모아서 대출 일부를 갚거나, 러시아 부동산에 재투자하는 등의 다른 방법으로 사용하자고 한다.
아이가 3살 정도까지는 부모가 옆에 꼭 붙어있어야 하니, 지금 집이 더 편하다고 한다.
혹여나 좀 더 큰 집이 필요하다면, 그때가서 알아봐도 늦지 않을거라고 한다.
그리고 본인은 집이 더 커지면, 서로 떨어지는 시간과 공간이 생길까봐 싫다고 한다.
그래, 그게 맞는 말이다.
그 고정관념을 깨고 결혼비용을 생각해보니 예식 비용, 신혼여행 비용 외에는 따로 필요한게 없었다.
게다가 신혼여행을 가더라도, 호텔에 돈 쓰는거 제일 싫어하는 마샤 특성 상 풀빌라 같은건 이미 고려대상도 아닐테고.
예식도 분명히 간소하게 하자고 할거다.
러시아에 있는 마샤 친구들이 방문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집도 있고, 차도 있고, 모든 가구, 전자기기, 생활용품 다 있으며, 예물, 예단, 시댁에 드릴 선물, 부모님께 드릴 선물 등등은 이전부터 안 챙기는걸로 얘기를 했었고.
사실 그런식으로 따지면 결혼비용이라는건 실직적으로 결혼에 필요한 비용이라기 보다는, 우리에게 주입된 고정관념이라는 이벤트를 주최하기 위해서 허공에 날리는 비용이라는 것이고, 생각을 그렇게 해보니,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던거지.
그렇게 생각해보니, 참 돈 아까운 짓을 할 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한방에 말이지.
나는 사치를 할 팔자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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