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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투 댄스 20211104

Cogitation/Long

by Mr. Lazy 2021. 11. 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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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로투 댄스, 제로투 댄스, 이 단어를 주워들은 적이 꽤 있는 것 같아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그냥 흔히 퍼지는 밈들과 같이 Darling in the Franxx라는 애니의 제로투라는 캐릭터와 ME!ME!ME!라는 뮤비에서 나온 댄스가 합쳐져 gif가 된 것이 인터넷에서 반응을 얻었고, 그게 틱톡으로 퍼지면서 또 뻔하게 따라하기 챌린지가 붙으면 유명해지게 된 그런. 

사실 뭐 춤 자체가 엄청 특별하다기에는 이미 여러 안무에서 이미 등장했을법한 동작인데, 이게 어떤 특정 시점에 어떤 조합으로 만들어졌다는 그 우연들이 모여서 밈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면 참 신기할 따름이다. (뭐 얼마전 설거지론 관련 글에서도 언급한 내용이지만, 이미 뻔히 알던, 주변에 있을법한 얘기가 갑자기 정론인냥 퍼지는 것 처럼)

암튼 그래서 호기심에 이 춤을 보고나니, 처음으로 봤던 제로투 댄스가 기억이 났는데, 벌써 10년 쯤 전에 홍대 Zen Bar라는 장소에서 봤었다는게 기억이 났다. 

그러니까 그냥 흔히 클럽에서 볼 법한 술에 취해 적당히 High 해진 상태의 어떤 여성분이 스테이지 위로 올라가서 제로투 댄스를 췄던게 아니어서 오히려 특별했었고, 제로투 댄스가 전혀 관계 없는 것들이 조합돼서 탄생했듯이, 선입견일 수 있겠지만 내가 처음 봤던 제로투 댄스라는 것이 춤과, 춤을 추던 사람, 그리고 그 장소, 흘러나오던 음악들이 약간 조합이 자연스럽지 않은, 자체적으로 균열을 가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오히려 명확하게 기억이 나는 듯 하다. 

왜냐면 한 아재가 그걸 추고 있었거든. 

10년 쯤 전에, 내가 한창 연대 교환학생들, 아니면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키는 교사들과 놀러다니던 시절에, 우리는 모이는 장소는 매번 달라도 종착역은 몇군데 없었는데, 예를 들면, 신촌의 Mike's Cabin, Bar Fly, 그 골목에 위치한 GS25, 이태원의 Sam Ryans, Lucifer, 홍대의 Thursday Party, 그리고 Zen Bar 였다. 

가장 최근에 갔었던 Zen Bar의 모습과 그 당시의 Zen Bar의 모습은 많이 달랐었는데, 단순히 뭐 인테이러가 변했다던가, 나는 절대 안 시킬법한 세트메뉴 구성이 바뀌었다던가 그런 것 보다는 당시에는 출입 시에 연령대로 컷한다는게 없던 시절이었다. 

뭐 당연히 그 당시 코쿤이나 NB2 등등 메이저들은 당연히 연령대 컷이 있었고, 왠만한 소형 시설들도 수질관리라는 측면에서 그게 있었는데, Zen Bar는 그게 없어서 가끔 우리 연령대와는 좀 차이나는 사람들도 출입을 했었고, 그게 가끔은 30대 직장인 보는 정도 수준이지, 아재였던 적은 본 기억이 없었다. 

근데 그 날 처음 본거다. 

그 날 내 아버지 뻘 되시는 분 몇명이 젋은 친구들 사이에서 술에 취하신 듯, 아니면 음악에 삘을 받으신 듯, 비트에 맞춰 열심히 몸을 흔들고 계셨다. 

2-3명의 아재 중에 특히 안경을 썼던 작은 분이 엄청난 춤 실력을 뽐내셨는데, 확실히 기억나는건 마치 교수님 처럼 보이는 인상이었던 것이고, 우리는 신기해서 마치 동물원에 갑자기 나타난 소형 공룡을 보듯이 그 분을 에워쌌고, 마치 콜로세움에서 들릴법한 비트에 맞춘 규칙적인 함성으로 그 분을 응원했다. 

그리고 가끔은 한명씩 그 분 앞에 서서 댄스 배틀을 걸기도 했었지. 

그 교수님 인상의 아재는 '다 덤벼라'라는 식으로, 그 특유의 춤사위로 우리들의 기를 꺾었고, 그 때마다 우리는 져서 분한게 아닌 깔깔 웃으며 박장대소로 반응했었는데, 사실 조롱에 가까운 고약한 것이었음에도 그 분의 춤사위는 우리의 깔깔 소리에 비례하듯 점점 더 격렬해졌었다. 

그렇게 그 분은 본인 허리춤에 양손을 얹고 1 비트에 한바퀴라는 규칙성을 가진 허리돌리기를 시전하셨고, 마침내 허리춤에 얹었던 양손을 본인 뒷목 쪽으로 올려 깍지를 끼시고는 비트에 맞춰 양쪽으로 허리를 튕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 날 난 처음으로 제로투 댄스를 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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