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낙태를 가지고 '살인자'라고 단순하게 조롱하기에는 낙태라는 것이 아직 국제적으로 공유하는 공통적인 기준이라는 것이 없는 상태인 관계로, 상당히 덜떨어진 조롱 정도로 밖에 안 보이긴 한다.
'살인'이라는건 결국 인간을 죽여야 한다는건데, 낙태가 아직까지 살인의 영역에 발을 담글랑 말랑 하는건 결국 낙태를 당하게되는 태아를 '인간'으로 보느냐 아니냐 라는 것이 결정된게 아니라는거고, 그 영역에 대한 싸움이 점점 더 '정치성'이라는 걸 함유한 채 진흙탕 싸움이 되어가고 있다는 건 결국 본인들의 담론이 관철된다면 어떤 방식에서건 이득을 볼 집단이 있다는거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아직 미정된 영역에 대해서 '살인'이라고 단정지어서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본인이 까고 있는 영역에 대한 뒷조사 조차 제대로 안하고 하는 '비난'이라는 것이 보이니 그게 덜떨어진 조롱 정도로 밖에 안 보인다는건데, 사실 비판 보다는 비난이 넘치는 세상이니 그러려니 하는 면도 있기도 하고 뭐.
암튼 태아를 인간으로 보느냐 아니냐에 관해서는 사회가 알아서 지정해줄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
다만 낙태죄에 대한 찬반 의견들을 보고 있으면 낙태를 '살인'이라고 하는 것보다 더 덜떨어진 주장들을 하고 있는 분들이 많은 관계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리를 해보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낙태죄가 불법인 상태에서도 합법으로 허용되었던 몇몇의 예외의 경우는 논외라고 강조를 하고 싶다. (강간에 의한 임신이라던가, 장애 가능성에 의한 낙태의 경우 등등)
우선 흔히들 낙태를 하는 것이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아이를 가지는 것 보다 오히려 아이를 생각하기 때문에 낙태를 한다고 개소리를 늘어놓는데, 이건 타인이 본인의 삶을 어떻게 평가하든 용인하겠다는 암묵적인 동의를 함유하고 있는 논리인거고, 그렇다면 과연 당신이 그걸 용인할 준비가 되었는지 먼저 질문을 해봐야하는 부분이다.
더 나은 삶이고 아니고를 판단할 주체는 아이라는거고, 당신이 부모라 할지라도 그건 판단할 입장은 아니라는거지.
그러니까 본인이 아이를 감당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핑계를 마치 아이 입장에서, 아이를 고려해서 한 결정인냥 포장한거라는건데, 포장지에 ERROR 라는 대문자 경고문구가 박혀있는 격이다.
그건 태아를 생명으로 보는지, 아닌지와 연관은 없는거고 말이지.
개인 결정에 대해 국가가 크게 개입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뭐 충분히 그런 생각이 들 수는 있으리라 생각이 들지만, 그렇게 국가가 개입을 하는게 법이라는거고, 그걸 부정하고 싶다면 어떤 연쇄살인이나 아동성폭행, N번방 같은 이슈가 나오더라도 사형시키라는 뻘소리는 할 자격이 없어진다는 부분도 알아야겠지. (뭐 오류로 가득 찬 개인이 되고 싶다면 충분히 뻘소리를 해도 되긴 한다)
여성의 몸이 출산을 위한 것이 아님, 즉 공공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주장하는 분들도 보이는데, 이건 떨어지는 출산율에 대한 컨트롤의 목적으로 낙태를 막는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것 같다.
근데 말이지, 애초에 당신이 임신의 이유가 되는 행위를 한건 그 누구의 강요도 없었을거다. (거기에 강요가 있었다면 20년 후에 미투하지 말고 지금 당장 경찰소로 가셔야 할 부분이고)
낙태에 대한 합법 불법 여부는 태아의 생명권에 관한 부분이지, 그게 당신이 책임지는 상황에 대한 회피가 가능한지 아닌지를 놓고 논의하는 자리라고 착각했다면, 지금 미팅룸을 잘못 찾으셨다는거다.
즉, 전혀 딴 얘기 하고 있는 자리에 와서 본인 얘기를 늘어놓고 계신다는건데, 그게 솔깃할거라는 생각은 하지만, 그 솔깃한 말에 정신 팔려서 허수아비가 되버리는 목소리들을 보고 있자면 미셸 공드리 무드 인디고 주인공 보는 마냥 측은하게 느껴지는거고.
같은 맥락으로 낙태가 여성의 자유의지라고 주장하는건, '자유'가 '방종'과 동의어라 생각하는 현시대의 전형적인 오류라는 생각이 들고, 그걸 자유의지라고 얘기하는 순간 태아의 생명권을 본인이 박탈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자유라는 것일테니, 태아를 인간으로 보든 아니든 어떤 생명권을 본인 손에 놓고 쥐락펴락이 가능하다는 전지전능함을 본인 자유에 부여하는 꼴이 될 것이다. (당신 자유에서 오병이어의 전지전능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그런 논리로 어떤 생명권을 특정인의 자유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그 특정인의 자유에 포함된다면, 지금 당장 내가 당신 목을 꺾어버리는 것도 내 자유로 선택한 생명권 박탈일테고, 길 지나가던 할배가 지팡이로 고양이 머리를 쪼개버리는 것도 그 할배 자유로 선택한 생명권 박탈일테니, 이제 그게 얼마나 끔찍한 사고방식인지 짐작이 가겠지.
자유와 방종이란건 구분은 하고 살자는거다.
낙태를 못하고 자녀를 양육한다고 국가에서 지원을 해주는 것도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그리고 그 지원도 없어서 낙태가 불가피하다고 얘기한다면, 본인이 주장하는 것이 끔찍할 정도로 자본주의 적인, 즉 생명권에도 가치를 달고 교환하겠다는 굳의 의지가 보이는 주장이라는 것 정도는 인지하고 지껄이길 바란다.
쉽게 말해, 돈 줘, 안 주면 생명권 박탈할게 라는 극악무도한 협박의 다른 표현일 뿐이라는거다.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태아에게 인권을 부여할 것인지 아닌지, 인권을 부여한다면 임신 후 몇 주까지 부여를 할 것인지 등등 낙태 관련된 법이라는건 아직까지도 그 기준점이 정해지지 않아 모호한 것들이 있다. (그리고 설사 기준점이 정해진다고 해도 언제 바뀔지 모르는거고)
어떤 결말로 귀결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논의는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아직은 아무도 어떤 확신을 가지고 왈가왈부 할 부분은 아니라는거다.
다만, 아직 귀결이 나지도 않은 부분을 가지고, 본인 앞에 불이익이 보이니 온갖 끔찍한 논리를 들먹이면서 침을 튀기고 있는 당신들을 보고 있자니, 그게 코미디 라는 건데, 그 코미디가 꽤나 그로테스크 하다는거다.
그리고 이걸 불법이라고 해봐야 불법 시술이라는게 있는거고, 지금은 자랑스럽게 OECD 낙태율 1위라는 트로피까지 얻었으니.
그저 자랑스럽기만 하다.
페이스클럽 20211101 (0) | 2021.11.01 |
---|---|
82년생 김지영 관련 20211029 (0) | 2021.10.29 |
'결혼비용'을 생각해보니 20211027 (0) | 2021.10.27 |
'설거지론'을 보고 있자니 20211025 (0) | 2021.10.26 |
참 졸라 불편하시다 20211013 (0) | 2021.10.14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