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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관련 20211029

Cogitation/Long

by Mr. Lazy 2021. 10. 2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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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나열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긴 한데, 내가 글을 쓰는 방식이 함축 보다는 쓸데없이 길게 늘어놓는 타입이긴 하니, 그나마도 요약해서 얘기하면 나는 한번을 제외하고는 25살 이후부터 지금까지 한국여자와 연인 관계 였던 적이 없었다. (그냥 잠깐 만났던 것이나, 섹파라던가, 원나잇이라던가 이런건 제외하고 말이지)

사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페미나치들이 인터넷을 도배하던 시대도 아니었고, 고작해야 된장녀에 대한 비판 정도가 이런게 있더라 할 정도 였기 때문에, 지금과는 달리 그렇게 프로불편러 들도 많이 없었고, 남녀 관계라는 것도, 각자의 성역할 이라는 것도 각자의 갈등 외에 단순히 성별의 차이로 인해 생기는 갈등이라는건 지금 처럼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은 아니었었다. 

그러니까 내가 25살 이후로 한국여자와 인연을 안 맺었던건 젠더 갈등이 원인은 아니었고, 그냥 그 당시 취향이 그랬었던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주변에는 그냥 각국의 서로 다른 미를 탐하고 싶었다는 포장을 하지만, 실제로는 뭔가 새로운 자극을 원하기도 했고, 그 당시에 이태원에서 친해진 친구들이 대부분 연세대 교환학생이었던 외국인들 이었다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렇게 한국에서 거주하는 외국인들만 만나던 취향은 그 당시 교환학생이었던 애들이 학기를 끝나고 본국으로 돌아가서도 계속됐고, 취업을 해서도 그랬고, 혼자 살면서도 그랬고, 그렇게 29살 까지는 이어졌던 것 같다. 

변화가 시작된건 어머니가 한 27살 즈음부터 던져놨던 떡밥이었는데, 평일 오후에 어머니의 퀼트 성인반 수업을 들으러 오는 학생 중에 신문사에서 삽화가를 한다는 한 친구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건실'하다는 부분을 강조했고, 그 29살 여름이 끝나갈 무렵에 그녀를 진짜 둘이서 만나게 되면서부터였다. 

뭐 아주 자연스럽게 한 달에 한 번 보던게 2주에 한 번, 그게 매 주가 되었었는데, 애매하게도 언제부터 우리 서로 여자친구, 남자친구다 라는 관계를 정한 것도 없어서 처음에는 나도 혼란스럽기도 했었고, 나중에 가서도 정확하게 우리가 언제부터 관계를 시작했었냐라는 질문에 '내 마음 속에서 시작했다고 생각한 순간부터'라는 어물쩡하고 추상적인 대답을 전여친에게 들을 정도로 그냥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버린 케이스 였다. (심지어 그 혼란을 가중시키는게 난 정식으로 시작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서 초반에 러시아 여자애랑 동거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뭐)

암튼 그렇게 정식으로 시작하는 기미가 보여서 나는 동거 관계를 정리했고, 그렇게 만나다보니 괜찮은 여자인 것 같아서 좀 더 진지하게 바라보기도 했었고, 게다가 애초에 어머니의 지인이었다 보니 내 부모님을 만나는 것에도 거부감은 없는 상황이었다. (나중에 그게 거부감 들었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그걸 이해를 하는데 어렵기도 했고, 사실 결국 이해를 하지는 못했다)

그 전여친이 다니던 회사에서는 회식을 점심에 하면서 낮술을 좀 과하게 마시는 독특한 문화가 있었는데, 석간 신문이라는 특성 상 새벽에 출근해서 남들 보다 일찍 회사가 끝난다는 점과 새벽부터 일을 하기 때문에 점심시간이 2시간으로 휴식시간을 동반한다는 특성이 짬뽕되면서 생긴 문화였다. 

그렇게 대낮에 술을 쳐 마시다가 어느날 한 팀장이 삘을 받았는지 다른 팀 직원이던 전여친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짝 소리 날 정도로 쳤고, 가뜩이나 성 관련 민감도가 높은 시기에 벌어진 일이면서도 성 관련 민감도가 높은 기사들을 다루던 신문사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이 사건은 그 여자애가 국장과 따로 면담을 하는 등의 큰 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당시 나는 국장과의 면담,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쳤던 팀장과의 면담, 여자애 팀장과의 면담 등등 여러가지 일들을 함께 하거나 녹취록을 듣고서 헛점을 찾아내는 등 도움을 줬었고, 진술서 등을 대신 작성해주기도 했으며, 결국 전여친은 1,000만원이라는 합의금과 퇴사를 동시에 얻기도 했었다. (사실 그 정도면 퇴사를 종용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소외되기도 했었고, 전형적인 여적여의 장면들이 펼쳐지기도 했었고 말이지, 그래서 내가 오히려 퇴사를 하고 새로 준비하는게 나을 것 같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었다)

암튼 그렇게 퇴사를 하고, 몇 달 정도 새로 구직을 준비하다가 이제 시작하는 소규모 컨텐츠 업체에 디자이너로 들어가게 됐는데, 사실 업체 규모는 작지만, 업체에서 다루는 서비스 자체는 상당히 스케일이 큰 그런 사업이었다. 

그 즈음에 전여친은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읽었고, 페미나치 수준의 사고방식을 가진 그 소형 업체의 경리 직원과 친하게 지냈었는데, 괜찮다고 생각했었던 전여친이 점점 말이 안통하고, 스스로 불행해지면서, 내 사고방식에서 그녀는 결혼상대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녀가 처음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 나에게 카톡으로 스토리 설명을 해줬었는데, 나는 서로 다른 케이스들이 있을텐데 너무 특정의 과장된 사례를 일반화된 피해망상으로 만드는게 아닐까 라는 질문을 했었고, 전 여친은 그게 아니고 이건 현실이라고 했다. 

가끔은 그때 확실히 시시비비를 가렸어야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굳이 그랬을 필요가 있었을까 라고 생각을 고치게 될 정도로 그때 나는 좀 많이 질렸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당시 어떤 사소한 갈등이 있어도 그걸 젠더 갈등으로 드리블 해가는 전여친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제 더 이상은 말이 안 통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속된 말로 단순히 싸대고 말아버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건 소통이나 어떤 갈등 해결을 위한 비판이라기 보다는 그냥 스스로 불행해지는 정신병을 스스로 걸려버린 환자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진작에 끝냈어야지 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사실 그걸 가로막았던건 결혼이라는 것에 대한 부모님의 기대감이었고, 내가 헤어진다는건 그 기대감에 실망을 안겨주는 것이라 생각을 하기도 했어서, 그 압박감이 어차피 끝날 수 밖에 없었던 관계를 굳이 고통스럽게 질질 끌어가는 모습으로 만들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막상 헤어졌을 때 나는 아버지한테 여태까지 바쳤던 열정이 아깝다는 한소리를 듣기도 했었다. 사실 구차해서 어떤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굳이 얘기는 안한 것도 있었지만 말이지)

그렇게 갈등의 빈도수가 늘어나고,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평균 데시벨도 올라가고, 섹스도 점점 좋아서 하기 보다는 의무감에 하는 듯한 느낌이 들고, 그리고 무엇보다 '결혼은 무조건 여자 손해다', '아이 가지는건 무조건 여자 손해다' 라는 손해사정사를 매주 봐야한다는건 그것 나름대로 곤욕이기도 했고, 정말 마지막에 가서는 '너 돈 잘 벌어? 너 내가 뭘하든 먹여살릴 수 있어?' 라는 식의 개소리까지 들었어야 했으니, 그 정도면 뭐 이미 그걸 지껄이는 본인도 모 아니면 도 라고 생각했던게 아닐까? 

머슴 하나 만들거나, 나가리 되거나.

난 머슴을 할 팔자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살고 싶냐?' 라는걸 마지막 한마디로 나는 관계를 끝냈고, 그녀의 자취방에서 가지고 가야할 것들을 전부 다 챙겨서 1층에 세워둔 차에 박고, 대리기사를 기다리면서 전자담배를 피울 때는 해방감이 들기도 했었다.

부모님이 거는 기대감이고 뭐고 내가 죽겠는데 뭘 어쩌겠냐는 말이다.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나의 인상은 그러했다.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책. 

근데 그것이 어떤 계몽을 위한 깨달음과 그 계몽에 대한 메세지를 동시에 담고 있었다면, 그 나름의 유익한 가치라는게 있었겠지만, 그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한녀'들의 땡깡부리는 불평불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고, 그 땡깡을 진중하게 읽으면서 그녀들이 만나게 될 종착역은 본인 삶의 불행해짐이라는 뜻 깊은 선물밖에 없었으니, 이 책을 왜 필독도서라고 하는지 크게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한 마디로 대가리가 비었단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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