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ㅎ형은 나보다 1살 많은 형이었는데, 처음에 자대배치 받을 때 나와 같이 왔었다.
더블백 동기라고 하는데, 더블백을 메고 같이 중대로 자대배치를 받았다는 의미다.
ㅈㅎ형은 키가 상당히 작은 편이었는데, 내 기억에 160 초반 혹은 그 이하였던 것 같고, 그에 맞게 체구도 작고 굉장히 말랐었다.
이목구비는 뚜렷한 편이었는데, 아토피가 좀 심한 편이어서 해마다 겨울 가까이 되면 피부를 벅벅 긁던 소리와, 벅벅 긁은 피부에서 흰색 가루가 마치 송진 가루 마냥 공기 중으로 퍼졌던게 기억에 남는다.
생각해보면 군대 같은 환경에서 그런 아토피 피부를 가진다는게 참 괴로웠으리라 생각한다.
게다가 8사단은 당시만 해도 구막사에 나무 관물대를 쓰고 있었으며, 심지어 샤워조차 온수로 못했었으니까, 그런 피부염이 있다는건 한층 더 큰 어려움이었겠지. (하다 못해 처음 면회를 오셨던 내 아버지도 본인이 군생활에 쓰셨던 막사와 똑같은걸 쓰고있냐고 혀를 차셨을 정도였으니 뭐.. 말 다했지)
ㅈㅎ형은 부모님이 분당에 사신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본인은 대학이 경상도 캠퍼스 였어서 그쪽에서 살다가 군대를 왔었다고 했고,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키가 ㅈㅎ형 보다 컸었다.
ㅈㅎ형 여자친구가 면회를 왔을 때 한번 봤었는데, 키도 ㅈㅎ형 보다 큰데 힐까지 신고 있었으니, 이건 뭐 어린 애가 엄마 품에 안기는 듯한 뷰가 연출되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 때 이후로 그 여자친구 분이 면회 오는걸 본 적은 없었다.
이등병 때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고, 일병 때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고, 그걸 상병 때 까지 반복하다가 결국 완전히 헤어지게 됐었는데, 그 여자친구 분도 확신이 없으니 구태여 경상도에서 경기도 포천까지 올라올 생각을 안했겠거니 생각 했었다.
내가 3소대에 배치를 받았을 때 ㅈㅎ형은 1소대에 배치를 받았었고, 내가 정ㅎㄹ 상병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던 시기에 ㅈㅎ형은 고ㄷㄱ 이라는 성난 메기 같이 생긴 상병 때문에 고생을 했었다.
예를 들면, 행군을 하는데 군장에 고ㄷㄱ이 마실 포카리스웨트 1.5리터 페트 4개를 본인이 짊어져야 했던 일 이라던가, 금요일에 1소대 쪽에서 내가 불침번 초번을 서는데, 라면 먹으려고 하니까 골룸 흉내를 내기 전에 물 못 받게 한다고 내 앞에서 골룸 흉내를 내게 했던 일이라던가. (뭐 그 외에도 많을텐데 디테일하게 듣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내가 작전계원으로 배치를 받고 나서 몇 달 후에 ㅈㅎ형은 병기계원 부사수가 되어서 나와 같은 생활관을 쓰게 됐고, 그때부터 좀 더 친해졌었지.
일반적이라고 하긴 뭐 하지만, 내가 살면서 만났던 키 작은 남자들의 특징이 있는데, 아예 숫기가 없거나, 숫기가 아주 강하거나 둘 중 하나의 성향으로 나뉘었던 것 같다.
사실 그럴만도 한게, 키 작은 남자라는 물리적 약점을 극복하고 나름 생존 전략을 짠다면 결국 남는건 성격이라던가, 재력일텐데, ㅈㅎ형이 그 생존 전략으로 선택을 한건 걸걸한 입담이랄까?
ㅈㅎ형은 참 유쾌한 사람이었고, 상황에 맞게 욕도 잘 날리고, 걸걸한 입담도 있고 하다보니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는 참 재밌는 부분이 많았다.
다만 가끔 단 둘이서 진중하게 얘기를 나눌 때는 안 그런 부분도 보이곤 했었는데, 그 형도 상병 말 쯤부터는 나가서 뭘 해야 하나라는 답 없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면서 점점 침울해졌던 것 같다.
암튼 그랬던 ㅈㅎ형과 나는 같은 날 입대했고, 둘 다 영창 구경은 해본적도 없기에 같은 날 위병소를 지나 사회로 돌아왔다.
일동 버스 터미널에서 마지막 인사를 했었고, 한 1년 쯤 지나서 친하게 지내던 후임들 전역했다기에 술을 사주려고 한번 만났었다.
그때 섹킹도 같이 나왔었던 것 같고, 우리는 막걸리를 마시면서 군대 얘기 하지 말자고 했다가, 군대 얘기 아니면 할 얘기가 없다는걸 깨달으면서 군대 얘기를 늘어놨었고, 그렇게 막걸리가 점점 들어갈 수록 군대 얘기가 생각보다 재밌다는걸 깨달으면서 깔깔깔 웃기도 했었다.
그 술자리 이후에도 한 1년 동안은 그래도 연락은 닿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 잠수 상태인데, 섹킹도 연락이 닿지는 않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연락을 했을 때 많이 힘들어보이는 목소리였고, 야간에 분당의 어느 호프집에서 일을 배우면서 지낸다고 했었다. (그리고 일을 배워서 창업을 할 계획이라고 했었는데 잘 됐는지는 모르겠다)
글쎄.
잘 지내냐 인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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