좆규는 나랑 동갑이었는데, 내 아들 군번 들어오기 조금 이전에 입대를 한 놈 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상병 달 즈음에 이등병으로 자대배치를 받은거지.
사실 내가 군생활 2년 동안 가장 후회했던 것 중에 하나가 좆규한테 사석에서 둘 만 있을 때는 편하게 말 놓으라고 한거였는데, 사람이 들어올 때랑 나갈 때랑 다르다는걸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던 것 같다.
좆규는 밖에서 전남 드래곤즈라는 프로 축구팀 2군에서 뛰던 선수 출신이었는데, 경기를 뛰던 와중에 부상을 당해 허리디스크가 생겼고, 그 허리디스크 덕분에 젊은 나이에 현역에서 은퇴해서 피씨방 알바를 하며 폐인 시절을 보내다가 입대를 했다고 한다.
좆규는 그 폐인 시절이 입증하는 듯 프로축구 리그에서 뛰던 선수에 안 어울리게 줄담배를 피웠다.
축구는 잘하는 편이긴 했는데, 그렇다고 다른 애들에 비해 그렇게 월등히 잘해보이지는 않았고, 이미 늘어난 체중과 악화된 체력 덕분에 그럭저럭 주전 경기에 끼는 수준 정도였다.
실제로 현역 때는 윙 포지션이었다고 했는데, 솔직히 상상이 되진 않았다.
좆규는 애초에 중대 포반으로 배치를 받았는데, 허리 디스크 덕분에 훈련을 참여할 수 없는 태생적 폐급이었다.
게다가 관심병사의 기질도 있었어서, 일병 즈음에 독개구리의 부사수, 그러니까 중대 시설병으로 배치를 받아서 시설계원이 되었다.
사수 부사수 관계인데, 좆규와 독개구리는 사이가 좋진 않았고, 그거 외에도 이미 포반에 있을 때부터 폐급으로 찍히며 욕을 먹고 있었던 탓에 그게 측은해보여서 였는지 나도 한 소리를 하다가 즉흥적으로 그냥 사석에서 둘 만 있을 때는 말을 놓으라고 해버렸다.
얼마나 ㅈ같을까 라는 쓸데없는 감정이입을 해버린거지.
시설계원으로 지내면서 좆규도 용접을 하다가 보호구를 답답하다고 벗어버리는 탓에 아다리가 나서 누워있기도 했었는데, 그게 독개구리 보다는 빈도가 적었던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독개구리보다는 나은 놈이었다? 라고 말하기에는 도토리 키재기 였던 것 같다.
행정계원들이 대부분 동기였기 때문에 좆규는 중대계원 막내 시절이 길었는데, 동기들이 대부분 같은 시기에 전역을 해버리면서 풀린 군번이 되었다고 했다.
사실 전역해버리는 마당에 누가 풀리고 누가 어찌되고 이런건 전혀 신경쓸 일이 아니긴 한데, 나중에 내 아들 군번들 전역했을 때 술 한잔 사주면서 좆규가 어떤 괴물로 변했는지 들어서 알게 된 내용이다.
어떤 괴물로 변했냐면.
대부분 동기였던 행정계원들은 각자 갈구는 스타일이 달랐다.
물류계원이었던 이ㅈㅁ은 취침시간에 본인 옆자리로 오라고 한 뒤에 새벽 3시까지 잠을 안 재웠다. (그리고 본인은 다음날 낮잠을 잤다)
통신계원이었던 신ㅇㅈ와 병기계원이었던 ㅈㅎ형은 갈굴 일이 생길 때마다 딜레이 없이 욕을 날렸다.
인사계원이었던 ㅅㅇ형은 묵직하게 협박을 했다. (키가 190이 넘는 덩치가 협박하는거라 꽤나 무서웠다)
나는 군생활하면서 딱 2번 갈궜는데, 2번 다 갈굼 당하던 놈이 울었던걸로 기억한다.
근데 암튼 좆규는 갈군적이 없었다.
좆규는 그 모든 갈굼의 방식을 흡수하고 융합해서 고성능 하이브리드 형태로 소화시킨 괴물로 변했다고 한다.
듣고 그러려니 했다.
시간이 좀 많이 지나서 예비군 훈련 때 한번 기존 사단에서 근무했던 비슷한 군번의 사람들이 예비군 훈련을 같은 기간에 받은적이 있었는데, 그 때 좆규랑 다시 한번 마주쳤었다.
엔터테인먼트 쪽에서 일한다고 했었고, 나한테 '너는 참 젠틀하게 여자 따먹고 버릴 것 같애'라는 개소리를 했었다.
아직까지 그 멘트가 왜 나왔었는지는 이해가 안간다.
그렇게 마주치고 우리는 서로 인사도 안하고 사회로 돌아왔고, 지금도 그 놈이 뭘하고 사는지는 모른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이 와중에도 궁금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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