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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개구리

Cogitation/Military Note

by Mr. Lazy 2021. 10. 2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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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는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기 어려우니, 기억에 남는 인물별로 정리를 하려고 한다.

사실 기억이라는게 그렇지 않은가. 

순서대로 나열하자면 아득하지만, 그 조각조각은 뚜렷한 것들. 

 

독개구리가 가장 처음 기억나는 것은 무슨 악감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독개구리라는 별명과 해당 인물의 싱크로율이 초호기와 신지의 싱크로율 만큼이나 높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름은 기억이 안나는데, 별명 만큼은 뚜렷하게 기억난다. 

인상도 확실히 기억나는 것 중 하나인데, 그냥 딱 보면 독개구리 처럼 생겼다. 

그냥 딱 보면 '어! 독개구리다!' 라고 할 정도는 아니고, 누군가 '어! 독개구리 닮았네!' 라고 하면 '어!' 할 정도랄까. 

그 정도의 독개구리 상 얼굴에 팔다리는 짧고, 머리는 크고, 키는 작았다. 

손가락이나 손톱의 형태도 우리가 소위 말하는 '개구리 손' 형태였고. 

추가적인 특징이라면 개구리 숨 들이쉰 것 마냥 뚱뚱했고, 피부가 안 좋았다. 

운동 신경도 별로였고, 운동을 하지도 않았지. 

그리고 성격은 뭐.. 본인 피부 안 좋은 것 이상으로 별로였다. 

나이는 나보다 1살 어렸다. 

그러니까 그 때 독개구리는 21살 이었네. 

 

보통 군대에서 1년 차 선후임을 '아버지, 아들 군번', 2년차 선후임을 '할아버지, 손자 군번' 이라고 하는데, 독개구리는 내 아버지 군번이었다. 

내가 연대에서 처음 자대로 왔을 때 행정병과 함께 대기하던 곳에 나를 데리러 왔던 인물 중 하나이기도 했다. 

독개구리는 내성발톱이 심해서 애초에 자대 배치 받으면서 부터 훈련을 받지 못하는 인원이었다. 

사실 일반 보병중대, 특히나 8사단 같은 예비사단 훈련에서는 행군이 팔할 이상이다. 

산악 기동이야 그냥 하면 되는데, 행군은 그냥 한다고 되는게 아니더라. 

근데 뭐 내성발톱을 가지고 있으니, 군화 신고 행군은 꿈도 못 꾸는거고. 

활동화를 신는다고 해도 독개구리 체구에서 나오는 체력이 그걸 버티지 못했던 거다. 

관례적으로 그런 인원들은 부대에서 '폐급' 취급을 받았고, 그런 폐급 인원은 '관심병사'가 되는 것이 정해진 수순처럼 정해져 있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폐급 관심병사'가 되면, 결국 중대 본부로 옮겨서 행보관 감시 하에 시설병을 하곤 했다. 

독개구리는 중대 시설병 이었다. 

 

시설병은 훈련에서 설영대라는 이름으로 열외가 되었는데, 설영대라고 훈련 중에 부대에서 쉬는게 아니라, 행보관과 함께 군수송차로 움직이면서, 미리 숙영 할 장소를 정리하던가, 식사추진을 하던가 등의 일을 했다. 

사실 그 정도면 부대에서 쉬는 것 만큼이나 할 일이 없는거긴 하다. 

그거 외에 평시에는 중대 보일러를 관리한다던가, 전기를 관리한다던가, 시설물이 부서진게 있다면 그걸 용접해서 보수한다던가 그런 잡일들을 했다. 

대대탄약고 경계 근무라던가, 위병소 경계 근무는 열외였던걸로 기억하고, 불침번은 열외가 없었다. 

사실 그 정도면 정말 편하게 군생활 한거라고 볼 수 있는데, 독개구리는 매번 용접아다리라는 광각막염에 걸려서 눈에 차가운 수건은 두고 누워있었다. 

쉽게 말해 용접을 하다가 안구에 화상을 입어서 통증을 느끼는건데, 사실 이게 고생했다는 것 보다는 독개구리가 얼마나 무식한지를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했다. 

아다리 걸리지 말라고 행보관이 보호구를 줬는데, 매번 답답하다고 그걸 벗고 맨 눈으로 용접을 했으니. 

지금 생각해보니 일부러 아다리 걸려서 몇일 누워있으려고 일부러 그랬나 싶다는 의심이 들기도 하는데. 

1년 정도 봐왔던 모습에서는 그런 설계의 흔적이 보이지는 않는다. 

그만큼 성질이 급했고, 주변머리 없는 인물 이었으니까. 

 

사실 성격 부분은 좀 애매한데, 보통 폐급으로 낙인이 찍히면 이병, 일병 생활을 쉽게 보내지는 못한다. 

그건 그 당시 군대 어딜가나 그랬을거고, 지금도 그럴테고,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 마주하는 사회에서도 그렇다. 

그래서 그랬는지, 평소에는 된장 냄새 나 듯 구수하게 시골 정서를 풍기다가도, 버럭을 자주 하곤 했다. 

사실 난 독개구리가 '아들!' 이라면서 어깨동무 할 때를 참 안 좋아했는데.

같은 남자끼리 살 부대끼는걸 싫어해서 였기도 했고. 

끈적거리는 남의 피부에 닿는게 싫어서이기도 했고.

독개구리한테서 나는 악취 때문이기도 했다. 

응. 그만틈 잘 안 씻는 놈이었다. 

근데 또 군대라는게 그런 상황에서 싫은 티를 내면 또 버럭을 듣는 장소다 보니.

그게 가끔 곤욕스럽긴 했다. 

 

암튼 독개구리가 폐급으로 열등감을 가지며 군생활을 1년간 했어서 였는지. 

아니면 이미 밖에서 부터 열등감 가득한 인생을 살아왔어서 였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독개구리는 과시라는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민감한 편이었다. 

예를 들어서 누구한테 전화를 하고 싶으면 군대에서는 선불 혹은 후불 카드를 쓰는게 있는데, 혹시 급한 일이라면 대대 직통실에 일반 전화를 걸어서 중대 행정반으로 연결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행정반으로 특정 인원에게 전화가 오면, 마이크로 누구누구 전화왔다고 각 소대에 방송으로 전파를 하는데. 

독개구리는 항상 어떤 여자애한테 중대로 전화를 걸라고 했다. 

그럼 행정반에서는 '아 아 독개구리 여자애한테 전화왔다' 라고 방송을 하게되고, 독개구리는 행정반에 와서 '어 내가 전화할게' 라고 실실 웃으며 공중전화를 하러 가는 그런걸 반복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여자애 라는 인물이 '버디버디'라는 프로그램으로 알게 된 랜선 여친이라고 하더라. 

행복했으면 된거지. 

동일 인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여자애랑 전화할 때 독개구리 표정은 정말 볼만하긴 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독개구리도 말년 병장이 됐고, 그 놈 내무생활에 걸맞게 똥병장 취급을 받았다.

그러니까. 병장인데, 아무도 짬 취급을 안해주는거지. 

무시해도 되는 인물이 되버렸다는거다.

그 만큼 그 후임들이 짬이 차기도 했으니. 

그리고 굳이 따지자면, 누군가 독개구리한테 정식으로 싸우자고 요청했을 때, 독개구리가 진심으로 덤벼서 이길 만한 상대가 중대 내에 몇 없기도 했을거다. 

독개구리도 본인이 그걸 인지했는지, 성질을 내다가 본인이 스스로 돌아서곤 했었다. 

 

말년 휴가가 얼마 남지 않은 어느날 독개구리가 나가서 할 일을 구했다고 한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대학생은 아니었던걸로 기억하고, 바로 취업을 한다고 했었는데, 어디 지방에 있는 마트 경호직을 하기로 했다고. 

사실 다들 의아했지, 독개구리가 경호라니, 그림이 안 그려지잖아. 

근데 암튼 축하해줬다. 

사실 별 신경 쓸 일이 아니기도 했고 말이지. 

독개구리가 전역하고, 몇 주 지나서였나, 싸지방에서 싸이월드를 하고 있었는데 독개구리가 일촌신청을 했다. 

들어가서 보니, 건설현장 안전모 쓰고 담배피면서 용접하는 사진을 프로필로 해뒀더라. 

경호직은 개뿔 ㅅㅂ. 

암튼 그 일촌신청은 거절했던가, 아예 답을 안했던걸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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