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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2

Cogitation/Military Note

by Mr. Lazy 2021. 10. 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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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에 도착해서 버스에서 내리니 조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반갑게 기다려주는게 아니라, 우리가 내리자마자 줄을 서라며 언성을 높인다.

생활관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는 먼저 취사장 앞에서 줄을 맞춰 앉았다. 

간혹 아직 머리를 안 자른 아저씨들이 보였다. 

장발이다.

간혹 취사장 앞 고무 깔판 밑에 라이터를 숨기는 아저씨들도 보였다. 

담배 생각이 났다.

담배를 못 피운지 3일 이상 지난걸 생각하니 몸이 가려워지는 것 같았다.

저 아저씨에게 연초 하나만 달라고 얘기해볼까 라는 생각만 잠시하다가 멈췄다. 

연초 하나를 그냥 줄리도 없을 것 같고.

사실 뭐 갑자기 다가가서 연초를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조교들의 언성이 그만큼 높았다.

 

사실 자대 가면서 드는 생각은, 그 조교들도 결국 그냥 옆 부대 아저씨가 될 사이였다는거다.

다만 그때는 모르는거지. 

보통 한쪽이 언성이 높아지면 다른 쪽은 행동을 취하기가 쉬워진다. 

그냥 그 언성에 굴복하거나.

그 언성에 맞서거나.

그 언성을 무시하거나. 

오히려 그 언성을 조롱하거나.

그때 나는 언성에 굴복했는데, 그 기약있는 5주라는 훈련소에서의 시간이 영원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사실 2주차 이후로는 몸이 힘들어서 시간이 빨리가긴 했다. 

 

우리는 생활관 앞에 모여서 약식으로 입교식을 했다. 

신병교육대장이 나와서 말을 한다.

군악대는 스피커가 대체했다. 

조교들이 5주 동안의 훈련 과정들을 알려준다. 

1주차 제식.

2주차 사격.

3주차 화생방/구급법.

4주차 주간행군/각개전투.

5주차 야간행군.

이 정도 였던 것 같다. 

 

그리고 생활관 배정을 받았다.

HOT의 강타가 있었다. 

우리는 강형이라고 불렀는데, 본명은 안칠현 이었다.

강형이 면도를 안해서 지저분해 보였다.

그리고 이 형도 왠지 긴장한 듯 보였다. 

 

밥을 먹고.

교육을 받고.

밥을 먹고. 

씻고 잠을 자고.

가끔 불침번을 서고. 

사실 정말 단순한 생활패턴이다.

그냥 생각 없이 그대로 지낸다면 2년이라는 시간을 훅 가버릴 정도로 단순한 생활.

근데 그게 힘들다고 느껴졌던건 아마 생각이 많기 때문이었다고 본다. 

뭐 조교들은 덤이었던 거겠고.

그냥 내가 고립되어있다는 느낌이.

하다못해 신문 한글자 읽을 수 없다는 현실이. 

수다는 필요 없으니 연초 한대 어디 앉아서 태울 수 없다는 고통이.

 

성욕?

그런 루머들이 있었다.

신병교육대 밥에는 성욕을 억제하는 약을 탄다고.

그래서 성욕이 안 생긴다고.

근데 사실 신병교육대 밥은 신혼을 보내는 부사관들이나 장교들도 같이 먹는다.

그냥 신병교육대에 내가 있다는 자각이 성욕이란걸 배제하게 만들었겠지.

그리고 성욕을 느낄만한 대상이란 것도 상상에만 존재한다.

동성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래서 신병교육대 밥에 성욕을 억제하는 약을 타냐고?

그건 나도 모른다.

그게 아닐거라고 생각할 뿐이지.

 

아직 편지는 도착하기 전이긴 한데, 세상이 좋아져서 쪽지를 받을 수가 있었다.

8사단 신병교육대 다음 카페에 들어가면 외부인들이 쪽지를 쓸 수 있었다.

내 훈련병 번호를 적고 쪽지를 쓰면, 조교들이 그걸 프린트 후에 잘라서 가져다줬다.

부모님에게서 쪽지가 왔다. 

여자친구에게서도 쪽지가 오고, 친구들에게서도 쪽지가 왔다.

처음 쪽지를 받은 날에 생활관에서 우는 인원들이 많았다.

그리고 나도 펑펑 울었던걸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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