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차 제식은 말 그대로 그냥 제식이다.
좌향좌, 우향우, 뒤로 돌아.
대열을 맞춰 걸으면서 발 맞추기.
작은 걸음, 큰 걸음.
걸으면서 발 바꾸기.
구보하며 발 맞추기 등등.
엄청 걷는다.
팔도 엄청 흔든다.
큰 걸음은 우리가 북한 행사라고 티비에서 보여주는 공산당의 스멜이 나는 하나가 된 듯한 부대가 걸으면서 보여주는 그 걸음 이라고 보면 된다.
그걸 우리가 한다.
그거 하다가 박자 한번 꼬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바보걸음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근데 엄청 자연스러운게 문제지.
가끔 얼차려로 PT체조를 하는데, 보통 마지막에 구령을 넣지 말라고 하지.
근데 매번 마지막에 구령 넣는 인간이 한둘씩 있다.
100명이 있다면, 한 두명은 꼭 그런다는거지.
그 인원이 고정이라면, 그 놈이 병신인게 맞고.
그게 고정이 아니라면, 한 두명 쯤은 정신 놓고 있었다는 의미다.
근데 매번 구령 넣는 놈이 바뀌긴 하더라.
암튼 그게 고정이건 아니건 PT 체조를 다시해야 한다는건 변함이 없다.
일주일 동안 계속 걸으면서 제식을 하면 제식훈련은 끝이 난다.
주말에는 훈련은 안한다.
그렇다고 뭐 삼삼오오 PX가서 간식을 사먹는 것은 안된다.
티비도 없다.
컴퓨터나 폰은 뭐 말할 것도 없고.
담배도 못 피운다.
할 수 있는거?
수다 밖에 없다.
그때 쯤 강형이 나한테 물어봤던 것 같다.
'야 너 들어오기 전에 마지막에 한게 언제냐?'
난 이틀 전이라고 얘기했고, 강형은 삼일 전이라고 얘기했던걸로 기억한다.
우리는 흥분해서 누구랑 했냐고 물어봤다.
뭐 나름 원조 아이돌인데, 일반인 이겠어? 연예인이랑 하지 않았겠어?
이런 기대심리가 아니었을까?
강형은 끝내 누구인지 얘기는 안했다.
일요일에는 종교행사에 참석할 수 있었다.
뭐 참석을 안해도 되긴 하는데, 가면 간식을 준다고 했다.
사실 난 종교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독교 배경의 집안 환경이 있었기에 기독교 종교행사에 갔었다.
종교행사는 기독교, 천주교, 불교로 나뉘었다.
이슬람교 외 다른 종교들은 종교행사가 없었다.
강형은 불교로 간다고 했다.
사실 예배는 잘 기억도 안나고, 정확하게 초코파이 1개와 코카콜라 1개, 그리고 보름달 빵을 줬던걸로 기억한다.
밖에서 거들떠도 안 봤던 보름달 빵이 이렇게 맛있는 줄은 몰랐지.
그리고 한동안 설탕을 안 먹다 설탕을 먹으면.
사람이 대마에 취한 듯 high 해지는걸 느낄 수 있다.
그런 느낌에 단걸 찾게되는게 아닐까?
종교행사에서 돌아오니 강형이 갔던 불교에서는 육개장 사발면도 줬다고 한다.
난 그 주 이후로 다시는 교회를 찾지 않고, 불교로 개종했다.
그리고 난생 처음 불교 예배를 드려보는 경험도 가지게 되었다.
2주차는 사격 이었는데, 사실 사격 자체는 어려울게 없다.
그냥 사격을 하면 되고, 잘 맞추면 된다.
근데 훈련소 보급용 총기는 총열이 제상태인 것이 드물어서..
사실 총열 어떤거 받느냐에 따라 편차가 크긴 했다.
근데 그냥 사격만 시키면 재미가 없겠지.
훈련소는 굴리는게 목적이니까.
그래서 PRI 라는걸 한다.
사실 뭐 꼭 굴리는 목적은 아니고, 사격 자세를 가르키는 것 이지만.
엎드려 쏴, 무릎 쏴, 서서 쏴.
자세를 계속 바꾸면 굴리는게 가능해진다.
그래서 피알아이를 피나고, 알 베기고, 이 갈리는 훈련이라고 한다더라.
암튼 그렇게 PRI를 마지고, 영점사격을 해서 영점을 잡고 나면 본사격을 한다.
표적은 100m / 200m / 250m.
100m는 머리와 어깨만, 나머지는 상반신 표적이다.
250m 표적은 상반신이라고 해도 그냥 손톱 정도 크기다.
총 10발을 받는다.
각 표적을 4 / 4 / 2 맞춰야 한다.
첫발에 100m에 쐈는데, 표적 좌하쪽 모래에 맞았다.
다음발에 200m를 쐈는데, 동일하게 표적 좌하쪽 모래에 맞았다.
그 다음발부터 표적 우상 쪽을 조준하고 쐈다.
겨우 합격하고 휴식할 수 있었다.
2주차 쯤 지나면 편지도 도착하고, 이제 쪽지도 피크 시즌을 지나게 된다.
그리고 이제 쪽지를 봐도 눈물이 나진 않는다.
입교하고 찍은 생활관 인원 단체사진이 다음 카페에 올라간 듯 했다.
쪽지 하나 안 쓰던 친구놈들이 강타랑 같은 방이냐고 싸인 좀 받아달라고 쪽지를 보내왔다.
사실 입대하고 가장 문제였던게 변비였는데, 1주차 말에 겨우 해결하긴 했다.
긴장한 탓인지 사실 화장실을 가고 싶다는 느낌조차 안 들긴 했었다.
근데 더 큰 문제가 건조함일 줄은 상상도 못했지.
한 2주차 부터 코가 막히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뭐 생활관에 가습기가 있다던가 그런 환경도 아니다.
불침번이 바닥에 뿌려주는 물이 전부지 뭐.
수건을 적셔서 옆에두고 이런 것도 못한다.
매일 수양록을 썼다.
그냥 일기라고 보면 된다.
그 내용을 지금 시점에서 읽어보면 참 안스럽다.
밖으로 편지를 보낼 수도 있었다.
전화를 못하는거지.
훈련 점수가 높으면 전화를 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그 많은 인원 중에 한 두명 가능할거라고.
그냥 처음부터 할 수 있을거라 생각을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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