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서ㅈㅁ

Cogitation/Military Note

by Mr. Lazy 2021. 11. 4. 15:41

본문

번화가에 나가보면 내 키가 177cm 라는게 실제로는 대한민국 평균보다 조금 이상이지만, 생각보다 내 키보다 큰 사람들을 보는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이건 깔창이라는 위대한 발명품의 탓도 있을테고, 번화가에 키 큰 애들만 모여있어서 그럴 수도 있을테고, 암튼 전혀 특색 없어보이는 키라고 생각했다. 

근데 실제로 군대에 가보면, 177cm 라는 키가 왜 평균 이상인지 알 수 있을뿐더러, 생각보다 내가 키가 크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 정도로 키가 작은 남자들이 많기도 했고, 군화라는 신발에 깔창을 넣는다는게 미친짓이라는 이유도 있을테고, 암튼 중요한건 177cm도 꽤나 큰 키로 보이는 군대에서 180cm을 넘어가는 키 정도만 되면 확실히 사회에서보다 체감되는 키가 더 커보이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185cm 정도를 넘어가는 키는 실제 군대에서 중대 몇명 없을 정도의 키였고, 오늘 얘기할 서ㅈㅁ이라는 선임은 중대에 딱 한명있는 185cm가 넘어가는 선임이었다. 

경상도 출신이었고, 피부도 까만 편이었고, 출신 답게 사투리를 굉장히 강하게 쓰기도 했고, 그래서 매번 말하는 투가 시비조 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운동으로 단련된 몸에다가 통뼈 기질도 있었고, 축구도 잘했다. 

서ㅈㅁ은 내가 자대배치를 받았을 때 상병 말 이었고, 곧 병장으로 진급했는데, 중대 통신병이어서 매번 훈련마다 무거운 통신장비를 들고 함께 훈련을 뛰는 계원 중 한명이었고, 중대본부 분대장이기도 했어서 내가 작전계원으로 보직 변경이 되어 중대본부로 배정을 받았을 때 잠시 동안 내 분대장이었다가, 얼마 후 분대장을 놓고 말년을 보내다가 전역했었다.

사실 계원들은 각자 맡은 역할이 다르기에 사수가 부사수를 뽑을 때 고려하는 요소도 각기 달랐는데, 예를 들어 내가 했던 작전/교육/화생방계원은 체력은 평타 이상이면서 머리가 좋아야했고, 인사, 물류, 병기계원은 머리가 좋아야했고, 시설은 관심병사라면 충분했으며, 통신계원은 체력만 좋으면 됐었다. 

그래서인지 통신계원들은 대부분 돌대가리 였는데, 서ㅈㅁ을 포함한 내가 군생활에서 거친 통신계원들은 다 그랬다.

암튼 얼마 같이 지내보지도 않았고, 말 조차 몇번 제대로 안 섞어봤던 이 서ㅈㅁ이 특별히 기억나는건, 그 특유의 말투에 있었는데, 매번 티비를 보고 있으면 맨 앞에서 티비를 보던 서ㅈㅁ은 꼭 스크린에 등장하는 여가수 혹은 여배우가 못 생겼다고 했었다. 

예를 들면 김태희가 나오면 김태희보고 못생겼다고 하고, 송혜교가 나오면 송혜교가 못생겼다고 하는 식 인거지.

내가 일병이 막 되었을 당시에 한국에서 탑이었던 여아이돌은 소녀시대였고, 그 당시가 아마 Gee가 나왔을 때 였을텐데, 당연스럽게도 그 Gee의 뮤비는 우리들에게 하루에 몇번이 나와도 몇번이고 보게되는 짧은 영상이었고, 짧은 안식처였고, 짦은 환상이었다. 

그걸 매 번 초치는게 서ㅈㅁ의 '아 시발 졸라 못생겼어' 라는 문장 이었는데, 사실 아직까지도 그 못생겼다고 하는 것이 어떤 이유에서 매번 틱장애에 걸린 사람 마냥 그걸 반복하고 있었는지는 정확하게 이해가 안되기도 한다. 

저걸 못생겼다고 하면서 나는 더 나은 여자를 만날 정도의 남자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은건가?

아니면 저걸 못생겼다고 하면서 본인의 특이취향을 표현하고 싶은건가?

아니면 진짜 단순히 티비에 나오는 여자 연예인들은 다 못생겨 보이는걸까?

아니면 정말 틱장애인건가?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이긴 한데, 암튼 서ㅈㅁ 전역하고 나서 그 추임새 없이 티비를 보고 있으니 더 좋긴했었고, 서ㅈㅁ 전역하고 좀 시간이 지난 후 내가 상병일 즈음 소녀시대는 '소원이 말해봐'라는 곡을 냈었는데, 내가 군생활에서 제일 좋아했었던 그 노래를 들으면서 '아 시발 졸라 못생겼어'라는 단어를 안 들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암튼 서ㅈㅁ은 전역하면서 김ㅇㅅ이라는 인사계원한테 분대장을 인수인계 했었는데, 나중에 그 김ㅇㅅ이라는 선임한테 싸이월드 일촌신청을 하면서 우리도 그의 근황을 알게됐었다. (그 김ㅇㅅ이라는 선임은 일촌신청 거절을 했었다)

지랑 똑같이 생긴 여자분이랑 교제를 하고 계시더라.

아 참고로 서ㅈㅁ은 반쯤 타다 만 시골감자처럼 생겼었다.

그렇다.

그는 나르시스트 였던거다.

'Cogitation > Military No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독  (0) 2021.11.12
양아치  (0) 2021.11.10
허ㄷ  (0) 2021.11.03
좆규  (0) 2021.10.28
ㅈㅎ형  (0) 2021.10.27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