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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tion/Military Note

by Mr. Lazy 2021. 11. 1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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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험 상 일진이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가장 처음 묻는 질문은, 아직까지 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너 xx 알아?' 였는데, 대독이 3소대에 배치 받은 날 내가 일산에서 초, 중, 고를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처음으로 물어봤던 질문이 '너 김ㅈㅇ 알아?' 였다. 

아마 이 질문은 본인이 다른 지역이나 다른 학교에 누구를 아는지 어필하면서, '본인의 영역이 그쯤까지 있다' 라는 식의 마치 수컷 개가 길 가다 보이는 기둥에 오줌을 지리는 것 같은 그런 '영역표시' 정도의 의례 같은 의미를 가진 질문 인 것 같은데, 개인적인 생각으로 저 질문을 듣고, 누군가를 안다고 해서 그걸 그 사람 영역이라고 인식하는 것 부터가 이미 병신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근데 생각보다 많이들 질문하고, 생각보다 많이들 그리 인식을 하더라)

대독은 내가 다니던 학교와 그리 멀지는 않으면서 은근히 마주칠 일은 없었던 저동고를 졸업했었다고 하는데, 진짜 말그대로 '놀던 놈' 이었고, 나와 동갑이었고, 내가 이등병일 때 이미 상병이었고, 대독이라는 별명은 그 나이에 이미 진행되고 있던 M자형 탈모 덕분에 '대머리독수리'라는 별명이 붙은걸 줄여서 '대독'이라고 불렀었다.

키는 그냥 170cm 조금 넘는 수준이었고, 마른 편이면서 사실 힘도 없어보였는데, 부대에서는 안경을 끼고 있어서 좀 맹해보이는 인상이었던게, 사회에서 렌즈를 착용하고 머리를 길렀던 모습은 대머리독수리가 아닌 그냥 독수리 같은 인상이었던게 기억에 남는다. 

사실 나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놀던 놈들과는 아예 담을 쌓고 지냈어서 자대배치를 받고 만난게 초면이었는데, 얘기를 좀 나눠보니 정말 당시 놀던 놈들 대부분을 알고 있었고, 나중에 싸지방에서 일촌맺고 미니홈피를 보고나서 생각보다 본격적으로 놀던 놈 이었다는 것과, 생각보다 술 먹고 주먹을 지르는 안 좋은 습관이 있다는걸 알 수 있었다. (깽값 무는걸 돈 아깝다면서 그 현금 들고 사진을 찍어서 포스팅을 했던데, 사실 이걸 뭐하러 자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포스팅이 여러번 있기에 사고를 많이 쳤다는걸 알았지)

대독은 휴가를 나가서 가발을 쓰고 돌아다니는 인물이었는데, 사실 가발을 쓸 생각은 해봤어도 실제로 쓰는 사람은 대독이 처음이었고, 그 당시 한창 유행이었던 이준기 스타일의 그 가발은 대독한테 꽤 잘 어울려 보이기도 했다. 

암튼 그런 놀던 놈들과의 인맥 탓인지 대독을 찾아오는 면회는 꽤 많았었는데, 매번 면회에 꽤나 이쁜 여자애들이 교체선수 투입되듯이 뉴페이스로 같이 왔었고, 그 중에 한명은 결국 대독이랑 연애를 했는데, 매번 면회를 올 때 마다 그 여자친구와 대독은 CP 화장실에 올라가곤 했었다. 

그러니까 CP 화장실은 말 그대로 화장실이었는데, 면회를 온 면회객은 일반 중대의 화장실을 보안상의 이유로 이용할 수 없었고, (사실 이용 가능해도 쓸리가 없지만..) 면회실에 있는 화장실은 푸세식인 관계로 정말 일반인이 이용할 수 없을 정도의 냄새가 났는데, 이 CP 화장실은 대대장실 옆에 새로 지은 화장실로 깨끗했고, 간부들이 주로 쓰는 곳이기에 주말에 누군가 쓸 일이 없기도 했으며, 화장실 내부 공간도 넓어서, 몇번 면회를 와봤던 면회객들은 여기를 썼다.

근데 사실 쾌적한 화장실을 이용하는 이유에서 가기도 했지만, 우리가 유행처럼 말했던 씹섹이라는걸 하려고 올라가는 이유가 더 많았는데, 씹섹은 말 그대로 그 CP 화장실에서 하는 섹스를 의미했고, 이는 누군가 여자친구가 면회를 왔는데 화장실에서 그걸 할 정도로 애정이 넘치는 경우에 경험할 수 있는 특권이었다. 

그리고 그런 특권을 누리는 놈들을 '씹섹끼' 라고 불렀었는데, 말 그대로 'CP에서 섹스한 새끼'라는 의미였다.

근데 범죄자들도 본인이 저지른 것이라는 단서 라던가, 어떤 패턴을 통해 남기는 심리가 있는 것처럼 이 씹섹끼들도 각자 나름의 단서를 남기는 경우가 있었는데, 대독의 경우에는 썼던 콘돔을 변기에 넣어두고 물을 내리지 않는 방법으로 그 단서를 남겼었다. 

결국 그게 대대에 유일한 여자였던 정훈장교에게 걸리긴 했었는데, 당시에는 정훈장교가 순수했던 초임이었던 시절이라 낯이 뜨거웠는지 별 얘기 안하고 그냥 노려보는 정도로 끝났었고, 정훈장교 눈화장이 짙어지는 만큼 점점 여왕벌이 되었던 시절은 대독이 이미 전역한 이후였다. 

대독이 싸이월드에 일촌을 걸어놨어서 전역하고 나서도 소식은 알 수 있었는데, 여전히 술 마시면 사고를 치는 것 같았고, 몸에 이레즈미 타투를 하기도 했고, 비싼 외제차를 타고 다니기도 했던 것 같고, 마지막으로 본 근황은 일산 웨돔 쪽에서 어떤 체인 주점을 운영하는 듯 했는데, 싸이월드 보안 문제로 문을 닫아버리면서 근황에 대한 업데이트도 그쯤부터 끊겼다. 

사실 뭐 근황이 특별히 궁금하진 않는데, 한가지 확실한건 그 놈과 술을 한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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