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뭐 어디 나서는걸 싫어했다.
주도해서 뭔가를 한다던가.. 이런거 말이다.
뭔가를 리딩해서 한다는건, 그리고 그러면서 느끼는 것들이라는건 불쾌함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그 리딩의 과정에서 마주치는 마찰들이 귀찮을 뿐이지.
귀찮은건 질색이다.
귀찮은건 불쾌하다.
귀찮은건 피곤하고.
귀찮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는 피해야지.
괜히 Mr. Lazy 인게 아닌거다.
대학교 때 외부교수로 광고학개론을 강의해주시던 광고업계 업체 사장님이 계셨는데
뭐 엄청난 헤비스모커는 아니지만, 평균적인 정도로 연초를 태우셨다고 했다.
건강검진을 받는데, 담당의사가 금연을 하면서 스트레스 받을 바에 오히려 흡연을 하라고 했다고 한다.
스트레스가 건강에 더 안 좋다고..
스트레스는 피해야지.
그래서 난 귀찮은걸 싫어하고
그래서 난 나서는걸 안 좋아했다.
그런 놈이 무슨 바람이 들어서였을까
대학교 때 과대를 한다고 설쳤었다.
근데 과대는 2학년에 할 수 있었고, 1학년 때는 반대표를 해야한다고 했다.
그래서 반대표를 했다.
학과에 신입생이 워낙 많으니, 성을 가나다 순으로 AB / CD / EF로 나눴었다.
나는 김씨니까 AB 반대표 였던거다.
그리고 각 반 별로 반대표는 2명이었다.
장학금 형식으로 활동 장려금도 받았다.
50만원 이었나.
2006년에는 50만원의 가치가 지금과 체감이 달랐다.
그리고 그 50만원은 내 통장에 1분쯤 들어왔다가 과대표 손에 넘어갔다.
아마도 그 날 술자리에서 다 써버렸겠지.
1학년 가을학기 부터 '이건 아니다' 라는 느낌이 들었다.
반대표라고, 과대표라고 하는게 결국 술 마시는 것 밖에 없었으니까.
별 이상한 짓을 시키기도 했다.
경제경영수학 기말고사 1시간 전에 소주를 먹이고, 들어가서 한숨쉬고 나오라고 한다던지.
상징적으로 학사경고는 받아야 한다고 강요한다던지.
뭐 그걸 하란대로 한 나도 병신인거지 뭐.
암튼 가을학기에 이건 아니다 싶어서 활동을 안하게 된 것이
결정적으로 도움이 된건지, 손해가 된건지 사실 판단하기가 어렵기는 하다.
뭐 '인맥'이라는게 중요하다는 얘기들을 하지.
맞는 말이긴 하다.
반대표와 과대표를 하던 이들이 결국 그 '인맥'을 활용해서
조교 자리들을 꿰차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교수한테 사바사바 좀 하면 학점에 이득이 되는 경우도 있었고
비겁한가?
글쎄 그때라면 비겁하다고 얘기했을 것 같은데
지금은 그렇게 비겁한 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능력이라고 본다.
사실 그렇지 않나.
비겁을 할래도, 비겁해질 건덕지가 있어야 하지.
돈 찔러서 물건을 공급한다고 해도, 돈 받는 놈이 있어야 그런 방법도 가능한거니까.
물론 가을학기에 활동에서 빠지면서 변절자 취급을 받았던 나는
그런 이득구조에 낄래야 낄 수도 없었다.
소위 말해 인싸였던거다. 반대표 활동을 하던 당시에는..
그리고 한순간에 아싸가 된거다. 활동에서 빠지고 나서부터..
역겹지 않은가?
나는 역겨웠다.
근데 지금와서 보면 당연히 그랬거니 싶다.
팔이 안으로 굽으려면, 팔 안 쪽에 감싸안을 대상들이 있어야 한다.
그 대상들이 없다면, 팔이 안으로 굽지 않겠지.
그렇게 팔 안 쪽의 대상들과, 팔 바깥 쪽의 대상들이 나뉘는건
뭐.. 자연스러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끼워맞추자면, 그때는 역겨웠고, 지금은 아니라는게 다행이라고는 느낀다.
그때는 역겨웠다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지지리도 궁상을 떨었다는거다.
지지리도 궁상을 떨어도 되는 시기가 있었다는거다.
그래서 궁상을 떨던 그 당시와, 그렇지 못한 지금의 시각을 공유해볼 수 있다는 점?
이상주의자는 현실 안에서 이상적인 부분을 찾고
현실주의자는 이상 안에서 현실적인 부분을 찾는다
돌아보면 그랬다.
귀차니즘 20210916 (0) | 2021.09.16 |
---|---|
어쩔 수 없었다 20210915 (0) | 2021.09.15 |
C동 8층 그리고 부끄러웠던 순간 20210906 (0) | 2021.09.06 |
어떤 인물(러시아 여자)에 대한 주저리 20210903 (0) | 2021.09.03 |
'우주'스러운 사운드 20210901 (0) | 2021.09.01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