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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동 8층 그리고 부끄러웠던 순간 20210906

Cogitation/Long

by Mr. Lazy 2021. 9. 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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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10년 전 이맘때 대학교에서 수강신청 했던 과목이었는데, 한국근현대사 였다.

교양이었는데, 교수님이 참 열정적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뭐 그 인상만큼이나 열정적인 교수님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사실 그 분 덕분에 몰랐던 한국근현대사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게되기도 했고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이 모르는 '조선제국'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알게 됐고

뭐 이런 부분들을 더 배우다보니 한국사에 대해서는 더 관심을 안가지게 되긴 했지만

어쨌든 이 분 수업만큼은 열심히 참여했던 것 같다

뭔가에 대한 관심이 없으려면, 관심이 없을 이유도 필요한 법이니까

 

교수님이 흡연을 하셨던걸로 기억하는데 (그게 아니라면 나와 사담을 나눌 이유가 없지)

매번 쉬는시간마다 나가서 담배를 피우는 C동 8층 테라스에서 한번 사담을 나눴던 적이 있었다.

뭐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내가 밴드를 하고 있으며 작곡을 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게 됐는데

사실 뭐 저딴 얘기까지 했을까 싶지만, 암튼 그게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교수님이 나한테 제안했다.

한국 민주주의 투쟁의 역사에 대한 노래를 작곡해서 들려주면 A+를 주겠다고

솔직히 학생한테는 솔깃한 제안이지

바로 승낙했던걸로 기억한다.

 

뭐 사실 그것에 대한 배경 탐구를 위해서 민주주의라 불리는 것이 형성되어갔던 과정들

그리고 민주주의가 정녕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오히려 더 탐구하는 꼴이 되었으니

어쩌면 그 교수님의 의도가 들어맞은걸 수도 있다.

암튼 노래는 완성됐고, 기말이 가까운 일정에 맞춰 노래가 담긴 USB를 교수님께 제출할 수 있었다.

당시 큐베이스를 쓸 줄 몰라서 Windows 기본 프로그램으로 이리저리 믹싱을 했었는데,

뭐 나름 신선한 시도였었지. 녹음은 당시 쓰던 아이폰4로 하고 그랬었으니까. 

 

뭐 사실 예상은 조금 했었어도 별로 바라지는 않은 일이었는데.

역시나 교수님은 그 노래를 수업시간에 틀었다.

약간 60년대 풍 프로그레시브 락 같은 스타일의 노래였는데 (지금은 파일이 없다. 아니면 내가 못 찾는 것 일 수도)

암튼 굉장히 숙연한 투의 노래를 들으며 강의실은 한층 더 숙였해졌었다.

사실 뭐 부끄럽지 않았다.

그걸 틀어주면서 내 A+ 학점은 확정된 것 이었으니까

 

수업이 끝나고, 인사를 드리러 교수님께 다가가는데

교수님이 나에게 소리쳤다.

'오!!!!! 아티스트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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