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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tion/Military Note

by Mr. Lazy 2022. 10. 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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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는 허당구와 동반입대를 한 녀석이었는데, 당구와 마찬가지로 폰팔이를 하다가 5월 군번으로 입대를 했다. 

역시나 나한테는 동기였고, 3월 군번에게는 후임이었는데, 당구와는 다르게 큰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었다.

그리고 당구와 대조적으로 말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당구가 입을 쉬지 않고 떠들어대는 타입이었다면, 에그는 좀 더 진중하면서도 묵직하게 멘트를 날리는 그런 개그 캐릭터였다. 

당구와 키는 비슷하게 한 170 좀 넘는 수준이었는데, 당구는 좀 살집이 있는 편이었고, 에그는 대조적으로 말랐었다.

에그는 1소대였어서 나와는 내가 본부소대로 옮기고 나서부터 좀 더 친해졌는데, 아직도 기억나는건 에그가 몸을 기르겠다고 매일 운동을 하는 것에 비해 결국 멸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던 것 같다.

아니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그냥 멸치에서 좀 근육 붙은 멸치가 된거지.

에그는 꽤나 오래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뭐 오래 사귄 기간과 관계없이, 누구나 그렇듯 군인과 여자친구는 항상 트러블이 많았던 것 같다. 

가끔 수화기를 붙잡고 씁쓸한 표정으로 통화를 하던 에그 모습이 기억나는 듯 하다. 

나중에 쓸 얘기이긴 하지만, 내가 군생활을 하면서 후임을 정말 지랄같이 갈궜던 적이 딱 2번 있었는데, 그 중 1명이 이 에그와 연관되어 나한테 갈굼을 당하기도 했었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그 놈이 동기와 PX 앞에서 에그 뒷담화를 하고 있었는데, PX 앞 대기줄에는 조명이 없어 앞뒤에 누가 서있는지 제대로 분간이 안 되었고, 공교롭게도 그 녀석들 뒤에 에그가 서있어서 딱 걸렸던 일 이었다. 

물론 누구나 누구의 뒷담화를 할 수 있는 것이겠지만, 군대에서는 그 개념이 조금 다른게, 선후임 관계가 명확하기에 후임이 선임 뒷담화를 한다는건, 아니 뒷담화를 하다가 걸린다는건 꽤나 큰 일이었고, 그렇게 온순하던 에그도 그걸 듣던 순간에는 욕을 갈길 수 밖에 없었던거지. 

근데 에그는 그 순간에 사리분별이 되지 않아 그 뒷담화 하던 놈과, 옆에 있던 동기 놈을 같이 갈궜는데, 그 동기 놈은 직접적으로 뒷담화 하던 것이 아닌, 옆에 있던 동기의 한풀이에 그냥 수긍을 하면서 들어주던 중 이었고, 하필 내가 아끼던 후임이었던 관계로, 나는 결국 그 뒷담화 하던 놈을 본부로 불러서 울 때 까지 갈궜던거지. 

암튼 에그는 그 일 외에는 굉장히 조용한 편이었고, 그렇게 조용하게 지내다 전역했다고 한다. 

내가 놀랐던 것은 에그가 전역하고 가졌던 직업인데, 당구와 폰팔이를 계속 하는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고 불법토토 하부 딜러를 하면서 돈을 꽤나 많이 벌었다고 하더라. 

압류당하기 전까지는 말이지. 

그런 영역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줄 알았는데, 그걸 듣고 꽤나 의외라 생각했다. 

역시 사람은 모르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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