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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죽도록 즐기기 20220802

Cogitation/Long

by Mr. Lazy 2022. 8. 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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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구상이야 진작에 다 끝내놨지만, 어느새 만삭이 되어버린 마샤가 음악소리 듣는걸 극도로 꺼려한다는 것과, 가뜩이나 소음이 많이 들어가는 녹음작업을 만삭인 산모 앞에 두고 해버리면, 평생 욕을 먹을 각오를 해야한다는 것, 그런 소음을 무럭무럭 자라는 시모나에게 들려주고 싶지는 않다는 것, 그런 소음들이 혹시나 시모나에게 출산 전부터 스트레스를 준다던가, 평생 남을 소음 트라우마로 작용하지는 않을까 라는 점 등등 여러가지 이유로 미루고 미뤄서 내년 3월 쯤에야 이사를 마친 후 문을 닫고 활용 가능한 녹음 공간이 생기면 진행이 가능 할 것 같다. 

암튼 뭐 그런 자질구레한 얘기는 저리 치워두고, 앨범 구상에 가장 큰 영감이 되었던 두 책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은데, 제목에도 적어놨듯이 멋진 신세계와, 죽도록 즐기기 라는 책이고, 특히나 마음에 들었던 점은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이분법적으로 나눠서 중2병 걸린 인물이 라디오헤드 들으면서 세상은 디스토피아야 우어어 울부짖는 것이 아닌 좀 더 건조하거나 혹은 주의를 주는 톤으로 과거의 관점에서 현시대의 모습을 마치 압축해놓은 냥 풀어놨다는 것이다. 

흔히들 빠지는 이분법의 함정에 빠진다면야 디스토피아가 디스토피아적이라고 흔히들 구분하는 요소들에 의해 발현되는게 당연하겠고, 유토피아가 유토피아적이라고 구분하는 요소들에 의해 발현되는 서로 대조되는 구조로 나누겠지만, 개인적으로 오래전부터 했던 생각은 이 두 개의 개념이 서로 상보적인 관계라는 것을 넘어서 어쩌면 굳이 나눌 필요 없는 근사한 개념들이 아닐까라는 것이었는데, 어쩌면 그런 부분을 보충해주는 생각정리의 계기를 마련해준 책들이라는 확신이 강력하게 들기도 한다. 

애매하게 텍스트 세대와 스크린 세대의 중간 쯤에 위치한 입장으로서, 개인적으로는 텍스트를 아직까지 좀 더 많이 선호하긴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 느끼는건 나 조차도 어느 순간부터는 텍스트보다 스크린이 좀 더 편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 물론 어떤 깊이있는 탐구를 하던가, 어떤 한 부분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위해서는 시간을 두고 텍스트를 통해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더 용이하다는 것 자체는 변함이 없지만, 그 정도가 아닌, 그저 겉핥기 수준으로 이해가 필요한 부분들은 확실히 시간을 들여 텍스트를 보는 것 보다는 유튜브 영상 하나 제대로 찾아서 보는게 더 편하다는 점에서 그런 부분들이 느껴지는 것 같다. (물론 제대로 된 유튜브 영상 하나 찾는 시간을 생각하면, 공 들이는 시간은 크게 다를바 없긴 하겠지만)

문제는 텍스트를 통해 이해한 것들은 기억에 남지만, 스크린을 통해 이해한 것들은 기억에 남질 않아 몇 번을 더 봐야 기억에 남는다는 점인데, 죽도록 즐기기에서 나왔던 정작 뉴스를 봐도 그 뉴스의 내용들을 기억하는 이는 얼마되지 않는다는 언급이 이 부분을 설명하는 듯 하고, 그렇다면 과연 기억에 얕게 남는다는 것이 매체의 한계인지, 받아들이는 태도의 한계인지라는 것을 상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둘 댜' 라는 답이 제일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매체의 한계라는건 결국 스크린을 통해 보여지는 것들이 점점 더 엔터테인먼트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는 점이고, 받아들이는 태도의 한계라는건 결국 그 엔터테인먼트를 본다는 태도로 접근을 해버리니, 그건 텍스트를 통해 뭔가를 습득하거나, 탐구하거나, 암기하거나 등의 행위를 할 때와 매체에 접근하는 개요부터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는건데, 결국 큰 그림으로 돌아가면 그 매체를 통해 보여지는 모습과, 그걸 받아들이는 모습이 '엔터테인먼트'라는 한 단어로 귀결된다는 측면이 그 한계성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것 같다. 

그냥 흔한 예지만, 유튜브 영상들을 보다보면, 의외로 조회수 높은 것들이 유튜브를 통해 구독자 1,000명 확보하기, 유튜버로 돈 벌기 위해 꼭 봐야하는 영상 등등 인데, 대부분 필수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당신이 보여주고 싶은 얘기가 아닌, 남들이 보고 싶어하는 얘기를 하라'라는 아주 거창한 유튜브 십계명 같은 얘기를 한다. 

사실 유튜브라는 환경에서는 맞는 말인 것이, 그래야 조회수가 오를 것이고, 그래야 구독자가 확보가 될 것이고, 그래야 노출도가 높아질 것이고, 그래야 구독자와 시청시간을 채워서 수익 채널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가질테니, 당연한 얘기라는건데, 문제는 결국 그 구조 자체가 당신의 얘기는 사라지고, 시청자가 듣고 싶어하는 것들만 넘치는 뭐 알 수 없는 시장판이 되어버린다는 것이고, 이건 집단 지성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어 멋진 신세계가 되어버리는 것이 아닌, 니가 보고 싶어하는 것들만 흘러 넘치는, 집단 지성의 폭력이 난무하다 못해 아수라파천무를 보여주는 멋진 신세계가 되어버린다는 점이다. 

넘쳐흐르는 유희라는 소마로 꼴을 먹여주시니, 그것에 취해 사고는 퇴보를 거듭해버리고, 그 예전에 어디선가 봤었던, 인류의 미래에는 인류가 아주 고도화된 '의사결정' 영역에만 두뇌를 활용하게 될 것이므로 뇌의 용량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신체 활동을 줄어들 것이므로 신체가 퇴화하는, 가분수 형태로 되어버리는 버릴 것이라는 예측과는 전혀 반대로 공룡들의 시대가 다시 재림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소음으로 그런 얘기들을 해보고 싶었다.

아니 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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