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앨범 구상이야 뭐 늘 머리에는 꽉 찬 듯 비어있다가 어느순간에 특정적인 뭔가가 강하게 꽉 차면서 하게되는건데, 솔직히 작년 3월 이후부터는 뭔가 머리가 그냥 텅텅 빈 기분이 들면서, 특정적인 뭔가가 강하게 꽉 차는 느낌도 없이, 탐구도 소홀하게 되다가, 그냥저냥 지내면서 1년이 넘는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사실 핑계를 나열하자면야 결혼 준비도 있었고, 와이프 비자 준비도 있었고, 그 와중에 애기가 생겨서 출산예정일이 다가오는 것도 있고, 신혼 여행 중에 인대가 끊어져서 수술한 것도, 회사에서 신생팀으로 분리되면서 잠깐동안 보여주기식 야근을 했었던 것 등등 많지만, 사실 무엇보다도 기타를 잡고있었던 시간 자체가 정말 급작스럽게 줄어들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사실 뭐 그렇지.
가장 큰 영감은 궁둥이 붙이고 앉아서 뭔가를 하는 시간이라고 하는데, 지난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에는 나태해짐이란게 '내가 여태까지 이만큼 했는데, 이정도 쉬는거야 괜찮지 않을까?'라는 자기보상심리와 버무려져서 마치 각종 조미료에 달짝지근한 정제설탕 포대자루 그대로 부어버린 백종원씨 체인점 중 하나같은 달달한 맛으로 뇌를 자극한게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 정제된 달달함에 뇌가 이끌릴 정도로 현대인이 되어버린건 아니었을까.
암튼, 사실 기약이 없는 일정이긴 하다만, 새로 앨범을 준비한다는 것은 언제나 예정하고 있는 일이고, 가능하면 올해 안에는 작업에 착수하고 싶지만, 당장 9월 부터 애기 기저귀 갈아주고, 분유 먹이고, 토닥여주고, 울면 안아주고, 가슴팍에서 재우고,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면 시간은 둘째 치고, 노이즈 가득한 녹음이란걸 애기 앞에서 할 수 있을거라는 가능성이란 것이 상당히 낮기 때문에, 아마 이사를 하는 내년 3월 이후나 되어야 작업을 시작은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가급적이면, 내년 3월 전에 악보 작업은 다 마무리라고 해놓고 바로 녹음작업에 착수하는게 가장 이상적일 것이라는 생각인데, 뭐 누구든 당장 그 상황에 처하기 전 까지는 그럴 듯한 계획이 있는 법이니까.
어줍잖게 디스토피아나 유토피아라는걸 언급하는 것도 꺼려할 뿐더러, (특히나) 어줍잖게 디스토피아 컨셉으로 양품 우울증 한사발 가득 원샷하고 만든 것 같은 작업물들에 대한 무조건 반사적인 반감을 가지고 있는데,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디폴트 값처럼 가지는 이미지와 인상들이란게 무의미하다는 이유이기도 하고, 그 디폴트 값처럼 가지는 유토피아라는 모습 안에서 디스포피아의 디폴트 값이 보이기도 한다는 점이 '이건 마치 정말 멋진 신세계에서 그려놨던 그 모습 그대로를 따라가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름이 돋는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얼마전에 썼던 영화 '돈 룩 업' 리뷰에서도 썼던 내용들에 대한 얘기지만, 정보를 자유롭게 풀어놨더니 알아서 통제해주고, 알아서 의사결정의 권한은 타인에게 양도해버리고, 스스로 난독을 창조해내고, 뭐 이런 생각들이 드는건데, 재밌는건 이 모든 내용들이 텍스트에서 미디어로 전환되어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내용들이라는 생각이 든다는거다.
마르크스가 헤겔에 대한 파해법을 인간과 노동과의 관계성에서 찾았던 것처럼, 이건 단순하게 텍스트와 미디어의 특성만 가지고 고려해야할 부분이 아니라, 인간과 텍스트와의 관계성, 인간과 미디어와의 관계성이라는 2가지 항목을 더 추가해서 봐야한다고 보는데, 미디어의 특성, 그리고 인간과 미디어의 관계성이라는 것을 생각해야할 정도로 어딜가도 미디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대 사회의 특성 상 그것의 기반에 자리잡고 있는 정보화, 그리고 정보화와 인간의 관계성이라는 부분까지 총 6개의 항목을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는 검토의 단계인데, 그 와중에 얼마전 '요즘 세대들은 이전 어느세대와 비교를 해도 명석한 두뇌를 가졌다' 라는, 그 가정법 상에서 그 '명성한 두뇌를 가진 세대'에 포함된 대가리 텅텅 빈 여자의 멘트가 참 인상 깊어서, '그건 마치 내용물 없는 사과와 같다'라는 답변을 해줬었고, 사실 '어떤 사고의 과정을 거쳐야 저런 무지막지한 결론이 나올까?' 라는 의문이 생기기도 하면서, '어떤 기준으로 명석한 두뇌라는 것을 판단한걸까?' 라는 의문도 들다가, '대체 얼마나 대가리가 명석해야 저런 판단이 가능할까?' 라는 생각도 들고 암튼 그랬었다.
근데 확실한건, 철학은 멈췄고, 예술이란 것도 뒤샹 이후로 선구자처럼 뭔가를 제시하는 이가 없으며, 여기저기 둘러봐도 다들 뻔한 얘기에, 심지어 그럴듯해 보이는 내용들이 정작 따져보면 서로 앞뒤가 모순되어버리는 기적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대다수 였던 것 같다.
사실 '내용물 없는 사과'라는 답변 보다는, '사과 향이 나지만, 사과 맛은 없는 사과'라고 표현하는게 더 나았으려나.
새로 구상하는 앨범하서 하고자 하는 얘기들은 이런 것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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