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나는 침묵을 좋아한다
침묵한다는 것은
할 말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할 말을 표현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침묵은 가장 강력한 저항이다
그리고 당신은 내 저항의 깃발을 보지 못한다
나는 침묵을 좋아한다
침묵한다는 것은
건조한 푸른빛을 띠는 사유의 터널을 향한 걸음걸이다
불명확한 사유의 대상이
작은 반향이 되어 하나의 커다란 울림이 되는 것
그렇게 침묵의 기수는 깃발을 높이 들고
터널 가득 퍼지는 진동을 느끼며 진군한다
책상을 향해 숙인 내 고개를 마주한 당신
당신은 내 저항의 깃발을 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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