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feat. 집단 광기)
결혼하고 애가 생기기전까지는 매년 할로윈 기간 마다 이태원에 출첵했던 입장으로 봤을 때, 의문이 생기는 것들이 있긴한데, 확실히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은, 저 정도의 인파는 항상 있었으니, 이건 코로나 완화로 인한 광기스러운 일탈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이고, 실제로 사고가 발생한 지점도 '의외'라는, 실제로 피크를 쳐야할 구간과는 좀 떨어진 공간인데다, 개인적으로는 그 피크 구간으로 진입하는걸 해밀턴 호텔 옆으로 한 적이 없고, 보통은 녹사평 역에서 걸어와서 상점가 통해 진입했던 입장으로서는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항상 일촉즉발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매년 할로윈에는 인파가 모였었고, 그게 하필 올해 알 수 없는 이유로 단체 압사라는 사고를 발생시킨건데, 정작 이 사고 자체보다 더 코미디스러운건 슬픔을 강요하는 '애도'라는 포장지를 쓴 알 수 없는 무언가와, 그 마저도 활용하려는 언론의 플레이, 그리고 포퓰리즘 그 자체를 보여주는 듯한 개연성 없는 지원금 언급 등등인데, 정확하게 이유를 설명조차 불가하게 하는 이 기현상을 나는 '광기'라는 단어 밖에는 소화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사고로 인해 사망이나 상해를 입은 유가족, 지인의 입장에서는 비극이겠지만, 그게 그들에게 비극인거지 그 외의 타인들에게 그 비극이 강요되는 부분은 아닐텐데, 어째 점점 그 비극이 강요되는 기분이 드는데다가, SNS에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애도의 사이버 행렬이 진행되며, 국민 애도기간이라는 알 수 없는 집단 광기를 보여주기도 하는 등, 이게 단순 갬성의 차이라고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아니 이해할 수 없다기 보다는 말이 안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대체 언제부터 비극을 공감하는 것이 강요성을 띄게 된건데?
하다 못해 이건 뭐 재난을 방지하려다 순직한 누군가의 얘기도, 참전 중에 전사한 누군가의 얘기도 아닌, 그런 국가 차원에서의 무언가가 아닌, 그냥 풀발기해서 술 쳐마시러 파티에 나갔던 사람들의 비극인거다.
뭐 순직한거나, 참전 중 전사한 것이 술 쳐마시러 파티에 나갔다 죽은 것보다 가치가 있나? 라고 질문한다면, 그것에 대한 가치 판단은 각자의 가치관을 따르는 것이 맞겠지만, 그걸 국가 차원에서 지원금으로 보상해준다, 국가 차원에서 국민이 애도를 한다는 얘기가 나올 개연성이 있으려면, 국가 차원에서 피해자의 봉사가 있었느냐 여부를 따지는게 맞다는거고, 대체 어떤 부분에서 풀발기해서 술 쳐마시러 파티간게 국가 차원에서의 봉사가 될 수 있느냐 라는 부분은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그냥 대충 암산해봐도 답이 나오겠지. (피해자들 중 젊은 친구들이 많으니 그들의 잠재적인 미래가치를 생각해서 어쩌고 라고 얘기한다면, 그들의 잠재적인 미래가치를 보실 수 있을 정도로 예견을 잘하시면, 지금 이러실게 아니라 대출 풀로 땡겨서 코인 시장에서 선물하시는게 어떨지 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네)
결국 이런 사고는 어떤 특정한 의사표현의 수단이 되는 정도로 자연스럽게 왜곡되는 시스템이 되어버렸고, SNS를 통해 퍼지는 이런 집단적인 광기는 그 왜곡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작동시켜줄 거름이 될테니, 결론적으로 그런 특정한 의사표현을 통해 자라나는 열매만 기다리면 되는 구조가 되어버린거고, 니들은 '대중이 개돼지냐?' 라고 외치는 개돼지가 되어버렸다는거다.
결국 하나의 해프닝이고, 그 해프닝을 통해 활성화된 광기는 유효기간을 가질테니, 그 유효기간이 끝날 즈음에 또 다른 광기가 SNS를 통해 퍼지고, 그 또 다른 광기는 다시 어떤 특정한 의사표현의 수단 정도가 되어버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어버릴거다.
내년 할로윈 기간에 이태원에서는 해밀턴 호텔 옆 골목길에 흰 꽃들이 쓰레기더미 처럼 쌓일테고, 밤새 파티를 즐기던 인파가 동틀 녘에 그 흰 꽃 쓰레기더미를 즈려밟으며 모텔을 향하거나 해장국 쳐먹으러 가겠지.
결국 광기는 끝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