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살인사건, 그리고 굳이? 20220930
살인사건에 애도의 물결이 생기는거야 뭐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고, 그게 매스컴을 타면 그 애도의 물결이 더 커지는거야 당연한 수순이지만, 요즘은 오히려 매스컴을 타면서 그 애도의 물결이 뭔가 애잔한 물결이라기 보다는 핏빛 가득한, '굳이?' 라는 질문이 어울릴법한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볼 때 마다 참 이건 피해자를 위한건 아닌 것 같고 지들 하고 싶은 얘기 하려는 명분이 필요한건지, 결국 애도는 하고 있으나, 그 애도의 대상 자체는 이미 관짝안에 없는 모습이 아닐까, 아니 애초에 관짝없이 애도하는건 아닐까 라는 표현조차 어울릴 정도로 추잡하기만 하다.
그러니까, 살인사건이다.
살인사건이 굳이 '여성 살인' 이라던가, '남성 살인' 이라는 성별 구분을 요하진 않을 뿐더러, 살인 발생했다고 뭐 저승 출입국사무소에 제출할 서류에 SEX 별도 표기란이 있는 것도 아닐테고, 한 마디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성별 구분인데다가, 법에서도 살인사건은 말 그대로 살인에 대한 처벌을 받는거지, 여성 살인했다고 가중처벌이나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건 아닐뿐더러, 역으로 남성 살인했다고 그렇지도 않다는거다.
근데 굳이 저렇게 나눈다.
이미 매스컴에서는 대문짝만하게 '여성 살인' 굵은 글씨로 현수막 걸어놓으니, 그 명분보고 얼싸 좋다 또 몰려와서 지들이 하고 싶은 얘기들을 하시는데, 흡사 정인이 사건 터졌을 때의 고약한 악취가 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고, 위에 얘기했듯 애도의 대상은 이미 관심없고, 명분이 되어버렸을 뿐인데다, 피해자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심히 높지만, 그들의 메세지를 설파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해준 순교자가 되어버리는 꼴이다.
살인사건 피해자가 된 것도 억울한데, 이름까지 먹칠해버리니, 참 잔인한 행태라고 볼 수 있는거지. (뭐 신경이나 쓸라나)
근데 또 거기 대응을 하는 반대성별도 웃긴게,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처벌이 인생을 막장으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강하니 이런 극단적인 케이스가 나올 수도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물론 살인을 정당화하려 하는 얘기는 아니겠지만, 난독증이 기본 패시브인 현대인들의 눈에는 이미 그렇게 보일 가능성이 참 높다는 것이 문제이기도 하고, 더 큰 문제는 굳이 대응을 해버려서 대립구도를 만들어낸다는게 참 한심스러울 뿐이다.
중학교 시절에 친하게 지내던 여자애가 살던 집 근처의 마두공원이라는 일산의 한 공원에서 소위 말하는 바바리맨을 밤에 마주친적이 있었는데, '에이~' 라는 '아 졸라 작으시네요 풉'의 동의어와 같은 반응을 보여주자 바바리맨이 실망한 듯 초라하게 돌아서서 다른 곳으로 향했다는 얘기를 들었던 적이 있는데, 이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대응을 해주는건 방어할 필요성이 있다는 듯이 보일테고, 결국 켕기는게 있다는 듯이 보인다는 맹점이 있는건데, 대응하면서 그걸 알아서 보여준 격이니 누워서 침뱉기가 되어버린거고 말이지. (게다가 그 대응이 살인을 옹호한다는 식으로 비춰지면 말 다한거지 뭐)
참 지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