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itation/Long

애처롭네 20220808

Mr. Lazy 2022. 8. 9. 12:23

 무려 아주 오래전에, 그러니까 교복입고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시절에, 중학교 때 옆 학교에서 보컬을 하던 노래에 아주 진중한(척 일지도 모르는) 암튼 그런 녀석이 있었는데, 사실 뭐 노래를 엄청나게 잘하는 녀석도 아니었고, 그래서인지 고등하교 때는 자그마치 고딩 고교 밴드 오디션을 봤다가 탈락해서 그 후로 밴드 활동은 전혀 없었던 그런 녀석이었고, 그렇다고 인간이 아주 매력적인 그런 녀석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뭐 피지컬이 뛰어나다던가, 파이팅에 능한 녀석도 아니었던, 그렇다고 얼굴이 아주 잘생긴 것도 아닌, 생각보다 건강에도 좀 이상이 많았던 녀석이 있었는데, 제일 신기했던 부분은 이 녀석이 거의 공백기없이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뭐 그 여자친구라는게 엄청 이쁘다 그런거라면 더 궁금해져서 스승님으로 모실 판이었지만, 그런건 아니고, 그 거쳐간 여자친구들이라는 분들이 내 입장에서는 빻은 분들도 많았던터라, 그냥 저런 놈이 여자친구가 있다는, 그것도 공백기 없이 갈아치우면서 누군가와 교제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궁금증을 발생시키기에는 충분한 조건 이었던 것 같다. 

암튼 하루는 그 비결에 관해 한번 물어봤는데, 대답이란건 참 간단하게, 그냥 많이 들이대면 하나 걸린다는 대답이었다. 

그러니까, 10명 정도에게 고백하면, 1명 정도는 받아주니, 그 10% 정도의 확률을 가지고 100명에게 들이대면 그 중 10명 정도는 사귄다는거고, 그렇게 거듭하다보면 공백기 없이 계속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참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가성비 떨어지는 이 방식을 그 녀석은 손수 편지까지 써가면서 반복해오고 있었으니, 참 열심히 사는 녀석이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애처롭다는 생각이 들고, 저렇게는 살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는 기억이 난다. 

근데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보니, 저 10% 정도의 확률이란 것도 그닥 나쁘지는 않은 가성비는 아닐까 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애처로운 스토리들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애처로움이란게, 그 측은함이란게 더 강하게 느껴지는 듯 하고, 저 10% 정도의 확률도 없는 상태에서 꾸준히 뭔가를 하려는 분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상위 포지션에서 하위 포지션을 바라보는 듯, '참 열심히 산다'는 비아냥스러운 멘트가 절로 나오는 느낌이 들어서, 그것도 나름대로 참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근데 뭐 어쩌겠어. 애처로운건 애처로운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