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펜슬, 짭플펜슬 20220621
처음에 아이패드로 드로잉을 시작해보겠다고 했을 때는 기존에 쓰고 있던 아이패드 5세대에 시도를 했었는데, 다이소에서 파는 정전압 펜슬 1,000원 짜리는 작동을 해도, 짭플펜슬은 작동을 안했는데, 멍청하게도 이 짭플펜슬이란게 아이패드 6세대부터 작동을 하도록 되어있고, 심지어 애플펜슬 조차도 5세대에는 작동을 하지 않는다고 아주 친절하게 아무도 안 읽어볼 메뉴얼에 직설적으로 적혀있어서, 아무런 기초 지식도 없이 구매를 해버렸던 멍청한 소비자가 되어버리는 경험을 해버렸다.
사실 뭐 몇백만원 하는 제품이야 구매하기 전부터 이것저것 따져보고 고민을 해볼텐데, 애플펜슬이나 짭플펜슬이나 아이패드라고 해봐야 기껏 다 합쳐서 백만원 언저리니 사실 고민이란걸 안하고 사버렸다는게 가장 큰 이유였겠지.
암튼 정전압 펜슬은 뭔가 투박하고 그리는 맛도 없어서, 결국 아이패드 5세대는 당근에 당근해버리고, 아이패드 프로를 사서 드디어 두근거리면서 짭플펜슬을 써봤는데, 뭐 펜 모양이라서 투박하고 면이 두꺼운 정전압 펜슬보다는 나았지만, 여전히 필압감지라는게 안된다는 아주 어마무시한 디버프가 걸려있었는데, 이게 애플 자체의 메모에서는 먹히는 듯 했지만, 메디방이나 프로크리에이트 같은 드로잉 전문 앱에서는 전혀 작동을 안하니 그게 참 서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압감지가 안된다는건 예를 들면 큐베이스에서 악보를 다 찍고, 생명을 부여하는 수단으로 입력했던 드럼에 벨로시티 조정을 통해서 드럼 강약을 살리면서 현실감을 부여하고, 결국 드럼이 메인이나 다름 없는 포스트락 같은 음악 장르에서는 곡 자체에 생명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건데, 드로잉에서 펜슬 자체의 필압대로 구현이 안된다는 것은 드로잉에 생명이 부여가 안된다는거고, 그 미세한 잔부분을 잡아내지 못한다는 것이니, 결국 한 2일 정도 짭플펜슬을 써보다가 이건 영 아닌가 싶은 기분이 들면서, 처음부터 왜 지인들이 굳이 애플펜슬을 사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결국 어제 저녁에 장을 보러 갔다가 애플펜슬을 고민없이 사서 첫 드로잉을 해봤는데, 그건 그야말로 신세계라고 표현해야 적당할 정도로 엄청난 내적 센세이션을 가져왔다.
역시 기술이 들어간 제품은 정품을 쓰는게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