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20220527
글쎄, 추억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많은 이들의 흑역사가 진주처럼 숙성되고 있다는 싸이월드 앱이 이제 사진 복구를 한건지, 오늘 앱을 켜보니 예전에 올렸던 사진들이 (전부일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관람은 가능한 것 같다.
싸이월드가 서비스를 정리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로그인한게 언제였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사실 누군가와 소통을 한다는 측면 보다는 '아무나 와서 보세요'라는 투의 일기장을 쓰는게 거의 주목적이었던 것 같고, 나는 좀 더 일찍 페이스북으로 갈아탔던 케이스라서, 싸이월드 후에는 페이스북이 내 일기장 이었다가, 지금은 여기 티스토리에만 그런 목적으로 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흑역사(?)라고 한다면 사실 사진 보다는 일기장에 더 녹아들어가 있는 것 같은데, 지금 아직 일기장은 복구가 안된 것 같고, 내가 굳이 일기장을 보고 싶은 이유는 뭔가 부끄럽다는 느낌보다는 지금은 막연해지는 그 당시 생각들이란게 궁금하다는 호기심의 목적이 더 강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옷도 그렇고, 받았던 편지이나, 내가 직접 썼던 노트들이나, 어떤 잡스러운 것들 전부 일단 내 손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마치 귀속되는 아이템 마냥, 버리면 경고문구 뜨는 아이템 마냥 버리는 것에 극도로 거부감을 느끼는 편인데, 이런 소유한 어떤 대상에 대한 집착은 사실 엄마를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정작 엄마는 거부를 하시기 때문에, 뭐 암튼 이제는 마샤가 안 쓰는 물건들을 처음에는 나 일할 때 몰래 버리다가 한번 걸려서 내가 지랄지랄 하니까 이제 내 앞에다 나열해놓고 어떤거 버릴건지 정하라는 '답정너' 식의 정리 정책으로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프로세스를 가지게 되었는데, 그런 극단적인 수탈이 자행되는 환경 속에서도 끈질기게 지켜왔던건 내가 좀 더 어렸던 시절에 손으로 썼던 노트들, 특히 내가 군대에서 일기처럼 썼던 노트들이었다.
이런 노트들은 신기한게, 지금과 생각이 다른 부분이 아니라,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해준다는건데, 예를 들면 마치 20대에 만났던 여친을 30대에 만나면 마치 그 날 저녁의 술자리가 20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는 그런 케이스와 비슷한거라서, 물론 시간이 흘러 지금은 결코 동조할 수 없는 생각들이 적혀있다 하더라도, 그 괴변이 한때는 내 머리 속에 사상처럼 박혀있었다라는 부분에서 마치 결코 동조할 수 없는 사상범이지만 특별 케이스로 면죄를 해주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정리해보면 지금까지 내가 썼던 그런 일기들을 모아모아봐도 그게 비어있는 구간이 있는데, 그게 10대 부터 군대 전역해서 페이스북으로 갈아타기 전까지 싸이월드 일기장에 글을 썼던 구간이고, 지금은 그 당시와 생각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지금의 시점에서 그 당시 어떤 글들을 썼었는지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다는 부분에서 싸이월드의 일기장 복구가 하루 빨리 완료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1인이 되어버린거다.
굳이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그 당시의 삶은 지금보다는 훨씬 단순했었던 것 같은데, 매 달 내 통장에서 돈을 퍼가는 집단들도 훨씬 적고 단순했었고, 내가 매 달 지불해야 할 금액이란 것도 훨씬 가벼우면서 단순했었고, 삶이란 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참 단순하게 공부하고, 데이트하고, 합주하고, 공연하고, 술 마시고 등등 그냥 뻔하게 패턴화 시킬 수 있는 일들을 했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삶이 단순했다기 보다는, 내가 단순하게 살았었던 거겠지.
근데 그 당시는 그게 단순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었던 것 같고, 뭐 이런 시간 차를 둔 상기의 영역에서는 10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를 바라봤을 때, 지금이 더 단순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그런 패턴인거겠지. (막상 지금 생각하면, 내 현재의 삶이 전혀 단순하지는 않다고 느끼지만 말이지)
그 단순함이 단순하지 않았던 그 시점의 일기장에는 그 단순함이 단순하지 않게 느껴졌기에 쓰여진 글들이 단순하지 않음에 몸부림을 치고 있을테고, 난 그 단순함이 단순하지 않게 느껴졌다고 그 몸부림 치는 글들을 보면서 재미를 느낄테고, 그런걸 생각하면, 어떤 잡생각이라도 결국 남겨두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기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