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itation/Long

알파, 베타, 레드필, 믹타우 등등 20220523

Mr. Lazy 2022. 5. 24. 09:06

 사람들은 참 뭔가 그럴듯하게 정리하는걸 좋아하는 것 같다. 

사실 정리하는 것 자체야 제공해주는 것이 많지, 근데 여기서 문제삼고 싶은 부분은 정리를 하는 부분보다는 '어줍잖은 정리'를 하는 부분에 대한 것이고, 그 어줍잖은 정리라는 것이 불러오는 '여파'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 

여태 살면서 들은 얘기 중에 가장 황당했던 얘기들 중 특별히 기억나는 얘기가 '해체주의'란 것이 불공정함에 대한 해체를 통해 공정함을 이루기 위함이라는, 데리다 책은 서문 조차 본 적이 없을 것 같은, '해체'라는 단어 하나에 집중해 본인 비위에 맞춰 '코카콜라'를 '청포도맛 빅토리아 탄산수' PET Bottle에 포장해 버린 듯한 멘트를 들은 것이었는데, 만약 해체주의에 그런 논리가 통한다면, 아니 해체주의가 그딴 얘기를 한 것이었다면, 해체주의란 것이 (언제나 존재해왔던 분류지만) 요즘 다시금 얘기들 꺼내는 '알파메일'과 '베타메일'이라는 것도 해체를 통해 경계가 사라지는 기적을 기다리는 꼴 이겠지. 

근데 그리 울부짖어봐야 저런 구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해체주의란 것이 그런 '해체'를 얘기하기에 해체주의라 불린 것도 아닐뿐더러, 해체주의는 해체를 목적에 둔 것이 아닌 '차연으로서의 해체'를 목적에 둔 독해법이기 때문에, 세상사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그러니까 세상사 그렇게 니들 원하는 포장으로 감싸기에 무리가 있다는거고, 그딴 소소한 자기위로 해주려고 플라톤부터 데리다까지 수많은 철학자들이 평생을 바쳐 연구하신건 아니란거다. 

흔히들 말하는 알파메일과 베타메일이라는 것은 질서를 위한 이원화를 통해 사용해왔던 개념이고, 이건 대립적인 관계라기 보다는 상보적인 관계로 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 (알파 없이 베타가 존재하지 않으며, 그 반대도 같다)

따라서, 현대까지 이어져 온 질서라는 부분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자네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오랜기간 함께 해 온 그 '질서'라는 것을 뛰어넘을 어떤 부분을 제시하지 못하는 이상은 그 질서에 맞추어 알파와 베타의 존재가 이항대립으로 남을 것이다.

게다가 지랄스럽게도 이 이항대립은 절대적인 기준을 함유하고 있지도 않을 뿐더러, 자존감과 마찬가지로 본인이 그렇다 해서 그렇게 판단을 받는 것도 아닌, 그 기준자체가 본인에 대한 본인의 판단이 아닌 본인에 대한 타인의 판단에 기준을 두고 있으니, 단순하게 봤을 때 욕지거리를 해도 무방할 것 같지만,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본인의 어떤 부분에 대한 묘사를 할 때 그 기준점 자체가 타인에게 의존하고 있음을 생각해보면 (예를 들어, 본인이 외향적이라고 한다면, 그 외향성에 대한 기준을 잡을 '근거'가 필요할테고, 그건 타인들의 외향성이 될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결과인거니, 참 알아가면 알아갈 수록 저 상보적인 관계에서 베타라는 부분에 인접해있는 분들에게는 암담한, 그리고 쓰라린 현실만 기다리는 것 같이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받아들여야하는 숙명이란거냐? 

그런 본인이 가져야 할 가치관이라는 부분을 내가 얘기해줄 필요도 없거니와, 가이드를 해 줄 의무도 없거니와, 이 글이 하고자 하는 얘기와도 거리가 먼 얘기니 그건 패스하도록 하자.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저런 답 없는 기준에서 일반적인 경우에 준거집단을 어디로 두는지는 뻔한 얘기겠고, 어찌어찌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에 대해 최대한의 미화를 통해서 절대적이지도 않은 기준에 끼워 맞추는 것이나, 아님 어찌저찌 해도 준거집단에 속할 수 없다는 박탈감에 비판아닌 비난을 해대거나, 뭐 뻔한 얘기이겠지만, 그런 뻔함이 너무 뻔뻔하게 보이기 시작하더니, 무슨 종교처럼 퍼져나가는게 '참 인생 더럽게 허비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가, 뭐 측은함이 들기도 하고.

암튼 간단하게 얘기하면 당신이 알파고, 베타고, 레드필 먹었고, 믹타우고 뭐고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라, 본인이 Needy 해졌다는게 더 중요하게 상기해야할 부분이라는거다. 

Needy 해지지 말라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물론 타인이 Needy 한 당신의 모습을 봤을 때 당신이 질척거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 일 수도 있지만, 당신 스스로도 Needy 해진 상태에서 세상을 바라봤을 때의 태도가 변하는 부분도 있다고 본다. 

Needy 해지는 것 만큼 동기부여가 없어보이는 태도는 없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