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힙 (feat. Parlay Pass / Yellow Boyz) 20211110
'국힙'이라는 단어를 여러번 본 것 같은데, 전반적으로 한국 힙합을 까내리는 형식으로 얘기를 할 때 이 단어를 많이 언급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었고, 사실 한국 힙합 외에도 힙합이라는 음악 형식이나 문화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쇼미 등등의 방송으로 마치 대세처럼 자리 잡은 문화이기도 하거니와, 몇몇 래퍼들은 심심하지 않게 사건사고도 많이 일으키시니,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었던 주제였던 것 같다.
위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은 Parlay Pass 라는 재미교포 래퍼라는데, 유튜브 영상에서 국힙에 대해 뼈 때릴만한 비난을 하시길래 좀 찾아보니, 슈퍼스타 K 에도 나왔었고, 쇼미에도 나왔었고, 둘 다 뭐 본선도 못 올라가고 떨어진 것 같고, 한국에서 살아본적은 없다고 하는데, 음악 커리어를 보니 찾을 수 있을 만한건 전부 국힙 래퍼들이랑 작업한거거나, 본인 개인 작업물 정도이고, 암튼 뭐 그렇게 특별날 것 없을 것 같은 그냥 그런 재미교포 래퍼 중 하나 정도로 보였다.
사실 전에 동양에 대한 서양의 판타지 관련 글에서도 동양계 서양인, 즉 재미교포 같은 인간들이 제일 가증스러울 때가 있는 사례를 얘기했었는데, 위의 사진의 출처였던 영상도 아마 그런 가증스러움을 제대로 보여줄만한 표본적인 사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근데 뭐 이건 좀 코미디스럽게 가증스럽긴 하다.
사실 저걸 보면서 육성으로 웃음이 나오는걸 참을 수가 없었는데, 언제부터 힙합이라는 음악 양식과 문화가 '갱'과 '총'과 '마약'과 '섹스' 등등의 소재를 빼놓으면 얘기할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는지, 언제부터 힙합이라는 장르가 그런 불량스러움이라는걸 기본으로 탑재해야 하는 음악이 되어버렸는지 알 수도 없었을 뿐더러, 저 Parlay Pass 라는 래퍼가 결국 말하고 싶은 Originality 라는 것이 '힙합의 유래가 New York의 Bronx 빈민가에서 1970년대 즈음 출발했다고 해서, 그 당시 그 장소 특유의 불량스러움이라는걸 마치 무슨 미덕처럼 계승해야 할 이유라는게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뚜렷한 답변을 이유로 계속 웃음이 나왔던 것 같다.
그러니까 그럴 필요는 전혀 없다는거겠지.
일반적인 형식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상대주의'라는 것의 큰 맹점은 '오십보백보'라고 해도 너무 결과론적인 결론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닌, 오십보를 백보보다는 나은 것으로 판단을 가능하게 해주고, 그게 심지어 오십보는 옳은 것, 백보는 옳지 않은 것 이라는 식의 왜곡도 가능하며, 더 나아가면 오십보를 도망간 놈이 하는 말은 옳은 것, 백보를 도망간 놈이 하는 말은 옳지 않은 것 이라는 식의 왜곡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저 Parlay Pass라는 래퍼가 말하는 것 중에, '넌 총도 안 쏴봤으면서 왜 총을 얘기해?' 라고 하는 것은, 물론 한국이야 총기 소지가 불가하니 한국 남자로 태어나서 군대에 정상적으로 입대 후 사격 훈련 때 해본 사격 외에는 사람을 향해 총을 쏴볼 기회라는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데, Parlay Pass의 경우에는 미국에 사는 재미교포니까 총기 소지가 가능하니 '쟤는 사람을 향해 총을 쏴볼 기회가 있었을거야' 라고 정도의 왜곡을 유발시키는 문장인거다.
근데 결과적으로는 쟤도 사람한테 총을 안 쏴봤으니 현실에서 랩을 뱉고 계시겠지.
국힙한테 '우리의 Swag 따라하지마' 라고 하는데, 결국 본인도 그냥 'Swag 따라하기'를 하고 계셨다는거고, 그런 주제에도 본인은 '난 재미교포니까 너네랑은 달라'라는 식으로 굳이 '우리의 Swag'라면서 스스로 진입장벽을 설정을 해놓고 계시는걸 보고 있으면, 쟤는 저기서 랩 하면서 시간낭비할게 아니라 그냥 어디 자기모순 컨셉으로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면 컨셉으로 괜찮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힙합은 그 무엇이든 표현하는거야'라고 하면서 '힙합이란 장르에서 가장 아름다운게 내 이야기를 하는거잖아'라고 하시고, 정작 본인은 아름답게 쇼미에서 '안마방'에 대해 랩을 했다가 통편집을 당하고 탈락까지 했다고 하시는데, 뭐 표현의 자유야 좋다만 굳이 아름다운 본인 얘기를 한다는게 안마방 얘기를 해야 '자유로운 표현'이라는 단어에 합당한 대우를 받는 소재가 된다는 것이 마치 기약없이 독방에 갇힌 죄수가 된 마냥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렇지 않은가, 뭔가 외설적인 얘기를 가지고 본인 얘기를 이끌어가면 그게 뭔가 오픈마인드의 자세로 지껄이는 자유로운 표현이란게 되고, 그냥 남들과 다를바 없는 평범한 일상으로 본인 얘기를 이끌어 가면 그건 그냥 일기장에나 써야할 표현이란게 되버리고, 그런식으로 대중들이 '자극'이라는 것에 길들여져왔으니, 그 자극을 이끌어줄 만한 소재를 제시하던가, 그 자극을 이끌어줄 만큼 외설적인 단어를 쓰던가, 욕을 하던가, 그런식으로 본인도 결국 남들이 뻔하게 해왔던 그 자극을 위한 Swag를 따라하고 계신 것 아닌가.
그러면서 은근슬쩍 마치 본인이 힙합의 그 자체, 존재가 힙합, 힙합의 표본이라도 되시는 냥 '힙합이란 ~거야' 라면서 정의까지 내려주시니, 이건 뭐 주석 뮤비에서 흑인하나 데려다놓고, God이라는 헤어밴드 하게 한 뒤에 마치 힙합 God라고 표현한냥 보여주는 것 보다도 코미디라는거지.
보면서 계속 문희준이 떠올랐던건 왜였을까?
사실 문희준이 신랄하게 욕을 먹었던 이유도 마치 본인이 락의 표본인냥 코스프레 했던 점 이었고, 서태지가 지금와서 단순 '음악 무역업자' 수준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모코어' 레퍼런스 겁나해서 쓴 곡을 마치 본인이 탄생시킨 장르인냥 '감성코어'라는 존나 성의없는 네이밍으로 뱉어주셨으니, 그게 아닌걸 아는 사람들한테는 그게 참 웃긴 기만코미디라고 느껴졌을 것이고, 나중에 그걸 깨달은 사람들에게는 그게 '배신'이라는 감정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거지.
흔히들 저런 것들을 '진정성이 없다'는 식으로 표현하곤 하는데, 저걸 진정성이 없었다고 하기에는, 애초에 카피하는 것에 진정성을 부여했을 수도 있으니, 꼭 진정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꼭 진정성이 있다고 할 수도 없는 애매한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서, 누군가 '나는 진정성 있다'라고 한다면 '제일 진정성 없는 놈' 이라는 서브텍스트로 해석 할 수도, '나는 진정성이 없다'라고 한다면 '제일 진정성 있는 놈'이라는 서브텍스트로 해석하기도 어려운 그런 정말 쓸데없는 가위바위보와 같은 순환에 빠져드는 시발점이 되는 것이 그 진정성이라는 단어다. (물론 본인만 알겠지)
진정성, 진정성, 클리셰마냥 짖어대는 이 문장은 당신이 외설적인 것에 대해 표현을 한다고 해서 부여되는 것도 아니고, 당신이 당신 터부에 대해 얘기한다고 해서 부여되는 것도 아니며, 신랄하게 한 바가지 욕을 퍼붓는다고 부여되는 것도 아니니, 그걸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나 자신은 누군가와 다른 것 같은 중2병에서 아직까지 제자리걸음 하는 인식 수준을 가졌을 수도 있다는 의심부터 해봐야하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저 Parlay Pass 라는 랩퍼는 '진정성있게' 그걸 한번 고민해 볼 단계라는 생각이 든다.
당신 모가지에 두른 줄들이, 팔에 새긴 타투들이, 이빨에 쳐박은 고철들이, 당신 입에서 뱉어지는 외설과 욕들이 당신을 힙합 워리어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단다.
저기 어디선가 어떤 흑형이 당신을 본다면 이렇게 얘기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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