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Squid Game, 2021) 리뷰
난리도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넷플릭스 세계 1위라니.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올해 할로윈은 길거리 가득 저 초록색 츄리닝이거나 동그라미, 네모, 세모 가면을 쓴 사람이 가득했겠지. 아니면 프론트맨 가면이던가. 뭐 이렇게 화제가 되다보니 이베이 엠디 하던 누군가는 뽑기 Kit를 만들어서 월 매출 20억을 찍었다고 하고, 크리에이터들은 관련된 컨텐츠를 제작하기 바쁘다. 덕분에 매출이 올랐다는 깐부치킨은 오징어 치킨이라는 맛없는 메뉴를 내기도 했고. 그리고 당연하게도 언더도그마 적인 프레임으로 해석하는 리뷰들이 클리셰처럼 올라오기도 한다. 사실 그럴법도 한게 컨텐츠 내용 자체가 VIP들의 재미를 위해 목숨을 걸고 해야하는 게임에 초대받은 낙오자들 아닌가. 그 발상부터 이미 언더도그마 적 해석에게 '들어와'라고 손짓하는 것 같지.
작 중에는 언더도그를 비웃기라도 하 듯 볼 때마다 물없이 고구마 먹는 듯 답답한 우리 기훈이 형이 등장을 한다. 휴머니즘을 대변하는 듯 등장하는 인물이 홀짝게임에서 생존을 위해 치매 노인을 앞에두고 그 장애를 조롱하듯 사기치는 장면과 '우리는 말이 아니야. 우리는 사람이야.' 라면서 게임 주최자들을 용서할 수 없다며 정의에 찬 멘트를 날리고는 그들에게 다시 찾아가는걸 암시하는 듯 끝내는 마지막 장면의 간극이란. 쌍문동에 대한 강력한 자부심을 보여주는 이 현실에 실제로 있을법한 인물이 보여주는 것은 결국 걔나 쟤나 오십보백보라는 지독한 현실이라는 것 같다. 깐부와의 재회에서 주검을 앞에 두고 '당신도 봤지? 당신이 졌어' 라고 뱉는 말이 연상호 감독 '사이비'의 주인공이 자살한 딸 주검 앞에서 '내가 맞았어! 내가 맞았다고!!' 라고 외치는 것과 다를게 뭘까? 씁쓸해 보이지만 현실이 그러하다는 라포가 넷플릭스 세계 1위라는 기록을 뒷받침해주지 않았을까? 그런면에서 오징어 게임은 오히려 굉장히 인간미가 넘친다.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은 결국 자의에 의해서 게임을 선택한다. 처음 참가햇던 456명 중 반 정도는 거기에 목숨이 걸렸다는걸 모른채로 무궁화 꽃 피듯 벌집이 되어버리긴 했어도, 게임 주최자들은 다시 선택할 기회를 주지 않았던가. 개인의 목숨 값은 1억, 그렇게 456억이 돼지저금통에 쌓여간다. 뭐가 그리 궁해서 꼴랑 목숨 값 1억으로 게임에 참가할까 싶지만, 어차피 사회에 돌아가봐야 사채업자들에게 쫓기거나, 경찰에게 쫓기는 인생, 마지막 기회라도 잡아야하겠다는 심정 아니었을까? 그리고 게임 주최자 조차 같은 취지를 말하지 않는가. '이 게임 안에선 모두가 평등해. 참가자 모두가 같은 조건에서 공평하게 경쟁하지. 바깥세상에서 불평등과 차별에서 시달려 온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주는거야.' 라면서 그 '공평'을 와해시키는 집단은 처형해서 전시까지 하고 있으니.
참가자가 다양한 만큼 그들의 특장점도 다양하다. 외국인 노동자, 조폭, 도박 중독자, 게다가 쌍문동의 자랑이라는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도 선물하다 수배될 정도의 빚을 안은 채 게임에 참가한다. 게임으로 치면 모든 인원이 삶에서 얻은 스탯이 다른거다. 그리고 게임에서 요구하는 추천 스탯도 다 다르다. 그런 측면에서 오징어 게임이 뭐 남성 위주의 게임으로 노인과 여성을 배제한다는 등 여혐으로 몰고 가는 리뷰들은 참 이해가 안간다. 그 억지로 어설프게 끼워맞추는 퍼즐을 옹호하는 입장도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고 말이지.
그래서 중요한게 남았다. 모두가 환희하는 언더도그에 대한 오버도그의 억압이란건 어디에 있었을까? 일남 할배가 게임에 참여해서? 미안하지만, 제 3자 관점에서 우리는 그걸 알지만, 게임 참가자들 입장에서는 그냥 노인 1일 뿐이다. 게임 내내 그랬을거고, 분홍 리본 달린 관 들어가기 전까지 기억도 안 날 할배였겠지. 하다못해 기훈도 깐부와의 재회 전에는 전혀 몰랐을 일이다. 그걸 미래 시점에서 알게된다고 게임하던 시점에서 달라지는건 없잖아. 일남이 결국 죽던 안 죽던, 게임 내에서 하는 역할은 딱 하나 있었지. '나 너무 무서워' 하면서 폭동을 멈추라는 신호를 보낸 것? 폭동을 계속해서 결국 그 폭동에 제일 유리한 '남성' 조폭들이 우위를 점했다면, 그거야 말로 공평하지 않고, 여혐 이었겠지. 그럼 당신들 관점에서는 일남 할배가 오히려 페미니스트 역할을 한거겠고 말이지.
이 폭동이란 것에 대한 방치는 게임 내의 긴장감 조성을 위한 기폭제 역할을 한거고, 폭동을 인위적으로 멈춘 것은 그 폭동으로 게임이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것에 대한 방지의 역할이었을테니. 결국 게임을 주최한 오버도그 입장에서 '재미'라는 것을 유지하기 위해 개입을 한 것이지, 실제로 폭동 분위기를 오버도그가 조성한 부분조차 없다. 그러면 어디서 억압을 했을까? 게임의 존재 자체? 게임의 도덕성? 목숨 값 1억? 사채 끌어쓰다가, 경찰에 쫓기다가 게임에 초대까지 받은 낙오자 입장에서 도덕성을 논할 여지라는건 없어보이고, 게임은 말 그대로 오버도그에게는 재미를 위해, 언더도그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서로 다른 목적성을 가지게 된다. 결국 윈윈인거고, 기브 앤 테이크가 있다는거다. 따라서 이건 하나의 계약 관계 같은거지, 억압으로 게임에 참가하게 된 피해자들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언더도그마 적이라는 거지. 공평을 찾는 분들이 시각을 치우치게 두면서 공평을 논할건 아니잖아.
그럼 그 오버도그들은 어떠한가? 그냥 말 그대로 재미 찾아 온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이건 그냥 재밌는 스포츠 같은거고, 스포츠를 관람하다가 다른 것에 관심이 생기면 오히려 그것에 집중을 하기도 하는. 그들에게 이 게임 이라는건 그 정도 존재라는거다. 기훈과 상우의 마지막 게임 중 갑자기 내리는 비에 '호우시절'을 내뱉는 감성이란, 그들만 이해할 수 있는 감성이겠지. (난 호우시절하면 고원원부터 떠오르는데 말이다) 예를 들면 이런거다. 당신이 플레이하는 비디오 게임의 캐릭터가 어떤 방식으로 잔인하게 죽든, 당신은 그냥 게임을 리스타트 하면 된다. 그 비디오 게임의 캐릭터가 실제 인간이 됐는데, 내 뜻대로 움직이지도 않는다. 돈을 걸고 내기를 할 수 있다는거지. 인간성을 논하기에는 계약 관계인거고, 범법성을 논하기에는 이미 대놓고 불법이다. 근데 재미는 덤이다. 뭐라고 정리할텐가?
박수칠 때 떠나라고 했던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오히려 시즌 2가 나오면 망작이 되버릴 확률이 높은 시리즈인 것 같다. 황동혁 감독이 애초에 시즌 2 스토리까지 염두에 둔 것 같지도 않고, '이번 촬영에서의 극심한 스트레스로 시즌 2를 찍는다면 다양한 작가들과 함께 할 것' 이라고 했다는데, 이미 이 부분에서 답정너로 스토리라인이 나오지 않는가? 오류범벅의 시대정신이 작품 하나를 망쳐버린다면, 이미 사례가 많지만, 오징어 게임 시즌 2가 구전되는 사례가 될테고, 그 실폐 사례의 교과서가 되지 않을까? 열린 결말은 그냥 열린 가슴으로 받아들이자, 닫힌 스토리는 당신 일기장에 쓰시고. (근데 최근 나오는 얘기를 보면 시즌2 확정이라네.. 망함..)